<ABA국제도서전참관기>上.읽는 책서 보고듣는 책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도서출판의 경향이 전세계적으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세계 3대도서전의 하나로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렸던 미국서적상협회(ABA)국제도서전 참관기와 세계 아동도서출판의 변화,국제저작권시대에 대비한 한국출판계의 자세등을 上.中. 下 세차례로나누어 싣는다.
무릎을 꿇고 마루를 닦는 여인의 모습이 의자에 앉아있는 남자다리 사이로 보인다.여자가 걸레로 마루를 닦으며 남자에게 다가가지만 두 남녀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얼핏 남녀간의 情事장면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아인슈타인의「상대성 원리」를 컴퓨터화면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ABA국제도서전 북쪽홀 전시관의 WH프리맨社 전시대에서 선보인 CD-ROM『시간의 역사』다.관람객들은 다른 모니터를 통해 역시 새로운 CD-ROM제품인『고대 도시의 탐험』을 조작해 볼수 있다.마우스를 조 작,보고싶은고대도시를 화면에 불러내면 도시의 전체 조감도가 나오고 다시 특정 부분의 상세한 모습을 마우스로 불러내면 현장사진자료.지도.원색도판등과 함께 관련사항을 설명하는 음성이 스피커에서 울려나온다. 지난해 비주얼 아동도서로 관심을 끌었던 영국계 돌링 킨더즐리社는 올 가을 시판에 들어갈『인체사전』등 5종의 CD-ROM제품을 6대의 컴퓨터로 조작해 보이고 있었다.이들은 각종화면으로 전시대 중심부에 대형 멀티비전을 설치,관람객들 의 눈길을 모으며 전자도서 홍보에 열을 올렸다.
올해로 48회를 맞은 ABA도서전은 예년과 달리 CD-ROM.CD-I등 뉴미디어 출판물에 대한 출판사와 서적상들의 관심이매우 높은 것을 느낄수 있었다.하퍼콜린스.맥그로힐.랜덤하우스등메이저 출판사들은 물론 보야저 컴퓨톤.소프트북 스.돌링 킨더즐리.프리맨등 전문출판사들도 이 분야에 대거 진출,올 가을과 내년봄 시장에 내놓을 관련제품들을 선보였다.
신제품 전자출판물의 대량 전시는 미국에서 이 분야 시장이 마침내 결실을 가져오기 시작했으며 내년께에는 완전히 성숙된 시장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예측을 가능하게 했다.프리맨社 전시대에서제품 설명에 여념이 없던 질 알퍼트씨(마케팅코디 네이터)는『일본은 전자도서 출판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해왔으나 기대한 만큼의성과를 올리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미국은 책과 전자미디어의 접근을 조심스럽게 추진해온 결과 지난해말부터는 대규모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을 보였고 내년에는 급신장할 것이란 전망이 섰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해 美소프트웨어출판협회 소속 62개 출판사들의 판매고는 CD-ROM 8백만장 총 2억2백만달러였으며 특히 4분기에만 1억2백만달러의 판매고를 기록했다.美출판계는 전자도서출판이 이미「도약점」을 넘어섰다는 판단에서 새로운 타이틀들 을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며 시장성 점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전자출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도서의 목록도 다양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종이책이 도태되지는 않을 것이며 전자도서의 기능을 보완하면서 전통적으로 누려온 정보전달매체로서의위치와 기능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게 이번 전시 회를 둘러본 우리 출판계의 조심스러운 전망이었다.
朴碩基동아출판사상무는『사이먼 셔스터등 여러 출판사들이 개인의새롭고 이색적인 체험을 정리한「노하우책」을 펴내는 경향이 올해엔 더욱 커진 것을 느낄수 있었다』며『이는 정보화시대에도 종이책은 나름대로의 기능을 유지해 나갈수 있을 것임 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ABA국제도서전은 전자도서의 출판이 본격화되는 추세를 반영했음이 분명하다.그러나 전세계 가입자들이 원하는 책 한권을30초만에 컴퓨터 통신망으로 받아볼수 있는 인터네트 북 스토어가 지난 3월말 미국에서 개통됐고 토리노 국제저 작권심포지엄에서도 CD-ROM등으로 책을 제작.배포하는 방식에 대해 의문이제기된 점등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전자도서 출판의 방식을 재고할필요가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로스앤젤레스=金龍善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