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피플] "중국 소설 세계시장서 대접 국내서도 관심 더 높아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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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중국 작가들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대접받고 있어요. 앞으로 국내에서도 중국 소설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질 것 같아요.”
중국어권 전문 저작권 에이전시 ‘캐럿 코리아’ 백은영(46·사진) 대표는 “소설을 통해 중국 사람들의 일상사와 정서를 이해하고 미래의 중국을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 소설은 이미 세계화됐다. 위화의 소설 『형제』의 월드와이드 판권을 랜덤하우스가 갖고 있고, 쑤퉁의 『눈물』은 영국 케논게이트 출판사가 기획한 ‘세계신화총서’에 들어갔을 정도라는 것이다.

국내 출판계에서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꼽히는 백 대표는 타이완 뚱하이대학에서 중국 역사를 공부한 유학파다. 1992년 귀국해 한동안 방송국에서 중국 드라마 번역가로 활동했다. 갑작스런 IMF가 그의 진로를 바꿔놨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드라마 수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영화와 책 번역으로 눈길을 돌린 백씨는 책 저작권 중계라는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됐다. ‘내가 번역하고 싶은 책을 내가 직접 들여와야지’란 결심이 절로 생겼다. 시장조사를 거쳐 2002년 에이전시의 문을 열었다.

“다른 에이전시들은 뭘 하나 봤더니 거의 저작권 수입에만 신경을 쓰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수출도 해보자’ 마음먹었지요.”
초창기 저작권 수출은 타이완에 집중됐다.
“당시 중국에는 해적판이 너무 많았고, 인쇄 시설이 낙후돼 있어 국내 책의 화려한 색상을 재현할 수준이 안 됐다”는 게 백 대표의 설명이다. 사업 첫 해 타이완으로 저작권을 판 아이세움의 학습만화 『살아남기』시리즈가 곧바로 대박을 터뜨렸다. 현재까지 100만부 이상 팔렸고, 타이완의 어린이학습만화 붐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요즘은 태국이 우리 책 수출의 큰 시장이에요. 올 들어서만 우리 회사에서 저작권 수출을 알선한 책이 100권이 넘을 정도지요.”
저작권 수입은 중국책 위주로 이뤄졌다. 처음엔 고전에서 발췌한 자기계발서나 인물 평전이 중심이었지만 점차 문학작품이 많아졌다. 쑤퉁의 『쌀』『이혼지침서』, 위화의 『인생』『허삼관 매혈기』『내게는 이름이 없다』, 차오원쉬엔의 『바다소』『비』, 류형의 『수다쟁이 장따민의 행복한 생활』등이 그가 들여온 책이다.

“최근엔 중국 CCTV의 교양강좌 ‘백가강단’이 고전읽기 열풍을 일으키면서 이중톈 같은 스타 작자들이 떠올랐어요. 우리나라에도 관련 책이 많이 들어왔고요. 그런데 국내 출판사들의 과잉경쟁으로 선인세를 너무 올려놓은 게 문제죠.”
통상 1500∼2000달러이던 것이 1만5000달러까지 올랐다고 귀띔한다.

“한 책이 그렇게 비싸게 들어오면 다른 책의 선인세도 터무니없이 올라가버려요. 국내 출판사들의 부담만 커지는 거죠.”
백 대표는 “중국책으로 일확천금을 벌겠다는 욕심은 버리라”고 조언했다.

글=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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