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殺風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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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殺風景은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글자 그대로「경치를 파괴해 그다지 보기 좋지 않은 풍경」을 말하는 것과 또 하나는 사람의「기분을 망쳐 놓는 경우」,요즘 말로 하면「무드를 깨는」경우다.어느 경우든 사람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것 으로 그다지좋은 뜻은 아닌 것 같다.
李商隱(이상은)은 당나라 후기 唯美主義 시인으로 유명하다.그는『雜纂』(잡찬)에서「무드를 깨는」여섯 가지의「殺風景」을 제시했다. 첫째,淸泉濯足(청천탁족)-약수터에서 발을 씻는 행위.
둘째,花上乾裙(화상건군)-아름다운 꽃위에 빨래를 널어 말리는행위. 셋째,背山起樓(배산기루)-산을 등지고 집을 지어 산세를감상할 수 없는 경우.
넷째,焚琴煮鶴(분금자학)-거문고를 불쏘시개로 하여 학을 삶아먹는 것.
다섯째,對花嘗茶(대화상차)-꽃을 감상하면서 술을 마시지 않고차만 마시는 행위.
여섯째,松下喝道(송하갈도)-청아한 소나무 숲에서 쉬고 있는데불현듯 사또행차 지나가는 소리 등이다.
이 모두가 무드를 깨는 행위다.혹시 오늘 하루 우리는「殺風景」을 연출하지 않았는지 한번 반성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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