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소재 영화 만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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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색 소재의 한국영화들이 줄이어 선보이고 있다.『세상밖으로』『49일의 남자』『구미호』등이 『투캅스』이후 한국영화의 흥행주도작이 나타나지 않는 극장가에 후속작으로의 부상을 노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呂均東감독의 데뷔작 『세상밖으로』는 평일 낮에도 객석의 절반이상이 차는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탈옥수를 소재로 한 것이 일단 주목끌기에는 성공했다는 평이다.
이 영화는 두 죄수가 우연히 탈옥,서울로 진입하기까지 길거리를 무대로 벌이는 해프닝들로 짜여져있다.결국 비극적으로 결말을짓는 이들의 행적을 전혀 심각하지 않게 묘사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감각적 웃음에서 찾고자한 감독의 의도가 쉽게 엿보인다.그러나 그 웃음이란 너무 헤픈 것이어서 영화의 무게를 해치고 있다. 영화기획가 權寧洛씨는 『갖가지 욕과 상식을 뒤엎는 행동들을통해 보는 이의 억눌린 배설욕을 만족시킨다』고 『세상 밖으로』를 촌평한다.『투캅스』가 도시 부패구조의 하수구를 그리고 있다면 『세상밖으로』는 밑바닥 인생의 고통을 통해 상 실해가는 휴머니즘을 풍자하고 상처입은 자연의 복원력에 아파하는 영화라 할수 있다.
지성적 이미지로 통했던 문성근의 무지하고 능청스런 모습으로의변신도 영화감상 포인트의 하나다.다시 말해 이 영화는 안성기.
박중훈에 대항,문성근.이경영도 웃음의 상표가 될수 있다는 것을보여준 전형적인 로드무비이자 블랙코미디다.
주말에 선보이는 『49일의 남자』역시 金鎭亥감독의 데뷔작으로사회성 짙은 미스터리색을 띠고 있다.애정물을 미스터리로 포장했던 이전의 영화들과는 달리 실종여인을 추적하는 사회성 미스터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개인의 애증을 뒤에 두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특히 이 영화는「메타픽션 영화」라고 감독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結節된 사건들을 나열해 놓아 실험성을 자청하고 있다.
『49일의 남자』는 『세상밖으로』와 마찬가지로 사회의 그늘을그리고 있지만 접근방법이 다르다.자극적인 음악과 배우들의 연극적인 오버액션이 특징이자 흠집으로 나타난다.옛애인의 실종소식을들은 J(정보석)가 7일간 그녀의 행방을 찾다 부닥치는 某處의폭력을 시종 블루블랙톤으로 그리고 있다.그러나 사건들의 인과고리를 끊어 놓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김진해감독은 『관객이 임의대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보장하기 위해서 였다』고 말한다. 10일 촬영을 끝내고 후반기 작업에 들어갈 朴憲洙감독의『구미호』는 여우와 인간의 사랑을 그린 SF애정드라마로 이색소재의대표적 사례로 꼽힌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시스템공학팀의도움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여러가지 특수 영상을 제작해 놓은 상태.인간과 여우의 변신,저승사자의 출현 장면에서 환상적 영상을제공한다.
7월 초순 개봉예정인『구미호』는 자기공명장치(MRI)등 컴퓨터를 이용한 첨단의 영상기법이 전설영화와 만난다는 점부터 우선재미있다.
朴감독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영상체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자신만만해 한다.고소영.독고영재.정우성등이 출연,여름을 겨냥한 본격 납량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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