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술이냐 도발이냐 …‘실 드리블’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케를론(등번호 20번)의 실 드리블 연속 사진. 이마로 공을 띄우고 받는 장면을 반복하며 달려간다. 상대 수비는 결국 반칙으로 케를론을 저지했다(왼쪽부터). [동영상 캡처]


“독창적인 플레이다.” “상대를 약 올리는 짓이다.”

 브라질 프로축구 크루제이루의 플레이메이커 케를론(19)이 구사하는 ‘실 드리블(Seal Dribble)’이 브라질 축구계를 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16일(한국시간) 크루제이루와 아틀레티쿠 미네이루의 경기 도중 케를론이 공을 바닥에 한 번 튕긴 뒤 이마에 올렸다. 그리고 짧은 헤딩으로 공을 톡톡 치면서 상대 진영을 돌파했다.

수비수들은 케를론의 원맨쇼를 멍하니 바라봐야 했다. 그러다 수비수인 코엘류가 강력한 태클로 케를론을 넘어뜨린 뒤 케를론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소동은 코엘류가 퇴장당한 뒤에야 일단락됐으나 4일이 지나도록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실 드리블은 물개(seal)쇼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마로 하는 드리블이다 보니 반칙 외에는 막을 방법이 없다.

 당사자인 케를론과 축구 전문가들은 ‘실 드리블도 훌륭한 기술’이라는 입장이다. 케를론은 “실 드리블은 내 특유의 기술이다. 나를 멈추고 싶다면 새로운 규칙을 만들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어느 선수라도 실 드리블을 할 권리가 있다” “할 줄 모르면 케를론의 기술을 보면서 환호만 하면 된다”며 거들었다.

다른 선수들은 “축구의 불문율을 깨는 짓” “잘난 척하려고 하는 짓”이라며 ‘도발’이라고 주장한다. 브라질 대표팀 골키퍼 출신인 아틀레티쿠의 에메르손 레앙 코치는 “그런 도발을 하다 얼굴이라도 걷어차인다면 몇 년은 누워 있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 드리블이 규칙 위반은 아니지만, 상대를 자극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심판이 판단할 경우 중단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2002년 브라질 리그에서 한 선수가 과도하게 ‘스텝오버 드리블(일명 헛다리짚기)’을 하다 옐로카드를 받은 일이 있다. 당시 심판은 “상대를 자극하려는 비신사적 행위”라고 판단했다.

 ‘제2의 호나우지뉴’라는 별명을 가진 케를론은 2005년 17세 이하 남미축구선수권에서 최우수선수와 득점왕을 거머쥘 당시에도 실 드리블로 상대를 괴롭혔다. 레알 마드리드,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유럽 빅클럽들이 영입 경쟁을 하고 있다.

장혜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