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판 깨질라" 손학규 달래고 어르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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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선 경선후보가 20일 오전 부인 이윤영씨와 함께 서울 합정동 절두산 천주교 성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김상선 기자]

20일 대통합민주신당엔 지도부와 중진들의 긴급 모임이 잇따랐다.

손학규 후보의 TV토론 불참과 잠행, 후보들 간 거친 공방으로 경선 판 자체가 깨질 지경에 이르자 공멸(共滅)의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하루 종일 '경선 정상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이날 밤 손 후보가 경선에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자 이들은 일단 안도했다. 지도부의 한 인사는 "끝까지 경선에 불참할 경우 제2의 이인제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고 선거법상 본선 출전도 불가능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들이 손 후보에게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인사는 "손 후보의 이틀간의 시위가 29일 있을 광주.전남 지역경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오충일 당 대표는 오전 긴급 최고위원-국민경선위 연석회의를 열어 "과거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확실히 대처하고 앞으로 공정한 경선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손 후보의 경선 참여를 촉구했다.

당 지도부는 손 후보 측 의견을 받아들여 당에 공정경선위원회(위원장 김상희 최고위원)를 설치했다. 공정경선위는 언론과 각 캠프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조사하는 역할을 맡는다.

당 지도부는 또 일부 당직자가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손 후보 측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실명을 알려주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모바일(휴대전화)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신청 방식도 인터넷 외에 전화를 추가했다.

이날 모바일 투표 독려를 위한 '엄지클럽'을 만들었고, 발대식에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참석해 분위기를 띄웠다. 손 후보 측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중도 하차를 막으려는 노력들이었다.

김원기.문희상.김근태.유인태 의원, 정대철 전 의원 등 당 중진들은 여의도의 한 호텔에 모였다. 회동 후 "손 후보가 조속히 경선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고, 그렇게 되도록 당 지도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향후 당 경선이 국민적 관심 속에서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정세균.김진표.원혜영.이미경.임종석.오영식 의원 등도 마포의 한 호텔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고 "경선 과정의 불법적 요소에 대해 당 지도부가 진상을 파악해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의원은 "대선 후보를 뽑는 선거가 '당권' 운운하면서 당의장 선거가 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다"며 "이런 형태의 경선 진행은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경선의 취지가 경선 과정에 적용되도록 다양한 매체를 통해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을 홍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후보 측의 한 의원은 "앞으로 조직선거를 잘 감시하겠다는 것 말고는 당이 해줄 게 없는 상황 아니냐"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유권자들이 민주신당에 대한 협오감만 키울까 두렵다"고 말했다.

◆"손학규 병장 구하기"=손 후보 측 열성 지지자 20여 명이 이날 오후 영등포 신당 당사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손학규 병장 구하기 시민선거대책위원회' 소속 회원이라고 주장한 이들은 "당 지도부는 조직선거.동원선거.당권밀약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즉시 실시하고 불법선거 재발 방지 대책을 즉각 시행하라"며 "아울러 불법 선거로 당의 위신을 추락시킨 후보 당사자에 대해 당헌.당규에 따라 징계절차에 회부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전국에서 지지자들이 당사 앞으로 모여들고 있으며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욱.이가영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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