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장쩌민 심복 경질하고 '비서실장'에 최측근 발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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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가 19일 비서실장 격인 공산당 중앙 판공청 주임(장관급) 자리에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공청단) 출신의 최측근 인물인 링지화(令計劃·51·사진) 판공청 부주임을 발탁했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심복으로 1999년 3월 이후 줄곧 이 자리를 지켜온 왕강(王剛)을 전격 경질한 것이다.

'비서실장'격인 핵심 요직에 대한 이번 인사는 후 주석이 장 전 주석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 독보적인 권력 기반을 확보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으로 베이징(北京) 정가는 받아들이고 있다. 신화통신은 이날 링 주임의 발탁 소식을 전하면서 "왕 주임이 더 이상 주임직을 겸임하지 않게 됐다"고 보도했다.

산시성(山西省) 출신으로 지방의 모 대학을 졸업한 링 주임은 84년 공청단 제1서기로 취임한 후 주석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뒤 20여 년 동안 '후 주석의 브레인'으로 일해왔다. 후 주석이 구이저우(貴州)와 시짱(西藏:티베트) 자치구 서기로 지방에서 근무할 때 링 주임은 베이징에서 중앙 정계의 민감한 동향을 후 주석에게 직보해 후 주석이 92년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되도록 도왔다.

후 주석은 95년 12월 공청단 선전부장으로 일하던 링 주임을 자신의 사무실 주임으로 불러들였다. 이어 99년 링은 판공청 부주임으로 승진했다. 5년 전 158명을 뽑은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 선거에서 링은 150위로 후보위원에 턱걸이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상하이방(上海幇)이 건재할 때였다.

이번 발탁 인사로 링 주임은 25명으로 구성되는 당 중앙정치국의 유일한 후보위원 자리를 꿰찰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위 후보위원에서 중앙위원으로 승진하는 것은 물론 정치국 후보위원까지 되면 '2계급 특진'을 하는 셈이다.

'계획'이란 뜻의 독특한 이름을 가진 링 주임의 세 형제와 여동생도 각각 루셴(路線)·정처(政策)·완청(完成)·팡전(方針)이란 개성 있는 이름을 갖고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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