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간다>88.인류문명의 고향 요르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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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찬송가「요단강 건너가 만나리」에 나오는 요단을 나라이름으로 쓰고 있는 요르단.「비옥한 초승달 지역」(인류 최초의 문명이라는 메소포타미아문명이 발생한 지역이 초승달 모양인데다 초승달은시작을 뜻하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이 중앙에 자리잡아 예부터교통의 요지로 여러 민족과 문화가 스쳐 지나간 땅이라 역사 유적지가 많다.
팔레스타인 난민이 몰려드는데다 중동경기의 위축으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관광산업에 전력을 쏟고 있어 이웃나라에 비해 여행여건이 좋은 편이다.「JETT」라는 약자로 잘 알려진「요르단특급여행사」가 이 나라의 주요 명소를 안내해 주는데다 영어가 잘 통하고 숙박시설.서비스가 좋다.
수도인 암만은 해발 7백m 고지에 위치해 위도에 비해 시원하다.몇개의 언덕위에 도시가 이루어져 어느 한 곳에서도 全시가지를 바라볼 수 없다.도시의 주된 색깔은 흰색.집들이 대부분 흰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석기시대부터 사람들이 계속 살아왔던 도시로 기원전 13세기부터「라바트 암몬」이란 이름으로 불리면서 암몬왕국의 수도가 되었다.기원전 3세기에는 이집트계의 프톨레미왕조의 지배를 받았고1세기에는 로마의 차지가 되었다.
시내 중앙 높은 언덕위에 서 있는 시타델(성채)은 로마시대의것으로 그 아래 산비탈에는 6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반원형 야외극장이 아직도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다.성채위에는 로마시대의 돌멩이들이 나뒹굴고 있으며 그 속에 고고학박물관 이 자리잡고 있다. 비잔틴시대(6세기)에는 교회가 세워지고 모자이크작품들이교회를 장식했는데 성채에서도 그때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7세기 이슬람계 왕조인 우마야드의 지배를 받게되면서 암만은 소읍으로 전락했다.
***마다바와 死海 마다바에는 성 조지 그리스정교회가 있는데그 바닥에는 6세기에 그려졌다는 팔레스타인과 아랍지역의 모자이크 지도가 깔려있다.
여기서 10㎞ 떨어진 느보산은 이스라엘백성들에게 40년간 출애급 길을 인도했던 모세가 최후를 보냈던 곳으로 느보산교회가 세워져 있다.교회안에는 모자이크 작품들이 가득하다.교회 앞에 서면 멀리 사해가 희미하게 보인다.그러나 그곳으로 곧장 갈 수는 없다.요르단 계곡이 가로막혀 있어 암만 외곽으로 돌아가야만한다. 그리스풍의 도시 살트란 곳에서부터는 내려가는 길이 급해진다.길 좌우로는 개천이 흐르고 수목과 과일들이 자란다.개천은바로 요단강의 지류다.해발 0의 지점표시가 나오면서 사진촬영금지구역이 된다.적국 이스라엘과 가까워진 것이다.
사해에는 휴게소가 있고 그 뒤로 백사장이 펼쳐져 있으나 넓지는 않다.사해는 요단강물이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해 생긴 소금바다.그것도 보통바다의 7~8배 정도로 짜다.그래서 사람이 물위에 누우면 그냥 뜬다.누워서 책을 볼 수도 있다.
***물위에 누워 책읽어 ***페트라 암만에서 버스로 3시간반 정도 남쪽으로 달려 이를 수 있는 곳에「장미같이 붉은 돌의도시」페트라가 있다.
기원전 4세기 나바트족이 바위벽을 천연요새로 삼아 만들었던 도시로서 106년 로마군이 페트라로 들어가는 수로를 끊어버려 패망한 뒤 폐허로 변했다가 19세기초 세상에 모습을 다시 드러냈던 곳이 페트라다.
페트라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가 깎아지른 벼랑속에 좁게 난 틈이라 차량통행은 불가능하고 걷거나 말.노새를 탈 수밖에 없다. 좁은 길 양벽은 붉은 색을 띤데다 자연의 무늬가 새겨져 있어 아름답기 그지없다.
좁은 길이 끝날쯤에 나타나는「카즈네」란 2층건물의 정면모습은가위 걸작이다.寶庫라는 뜻의 카즈네 내부에는 무덤의 흔적이 남아있다. 카즈네에서 다시 좁은 길을 따라 조금만 더 들어가면 넓은 광장이 펼쳐진다.
옛날 도시의 공간이었을 것이나 지금은 오직 3천석 규모의 야외극장이 외로이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광장을 에워싼 바위벽은 온통 조각작품들이다.납골단.체육관.시청사등의 건물들 외벽이 모두 정교한 손길을 받아 다듬어져 있기 때문이다.
페트라를 제대로 보려면 최소 사흘이 필요할만큼 구석구석에 볼거리가 가득하다.
***제라시 암만 북쪽 40㎞ 지점에 있는 제라시는 로마지배시대(1~3세기)에 융성했던 로마의 지방도시로서 그때의 모습이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도시중 하나다.로마식 가로.극장.신전.
광장.욕탕.시장터를 걷고 있노라면 로마시대에 살고있는듯한 느 낌을 갖게된다.
제라시 유적의 입구는 하드리아 황제가 세운 개선문인 하드리안아치.이어 2백45m 길이의 승마경기장이 나온다.다음에는 옛 성벽과 남문이 나타나면서 古都 제라시로 접어들게 된다.
***매년 여름 페스티벌 남문을 지나면 큰 기둥들이 타원형을그리면서 서있는 광장과 만나게 된다.타원형 광장의 한쪽 끝에서부터 마차가 달렸던 카르도란 열주도로가 시작된다.길이 8백m.
동양식의 주작대로인 셈이다.
카르도의 또다른 끝은 아르테미스신전.아르테미스란 제라시의 수호신인데 신전은 이오니아식 기둥으로 장식되어 있어 귀품이 넘친다. 이 고도를 이용,요르단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요르단정부는 81년부터 매년 여름「제라시 페스티벌」을 펼친다.외국의 공연단체도 참가하는 국제문화행사로 중동 최고.최대의 것으로 유명하다. ***사막속 성채들 암만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벗어나면넓은 모래땅이 펼쳐진다.요르단 사막이다.이 사막을 뚫고 고속도로「데저트 하이웨이」가 달린다.그 끝은 이라크의 바그다드.
연도에는 초지와 사막,그리고 양떼가 모자이크처럼 나타난다.때때로 양떼의 임자인 베두인족의 텐트가 보이기도 한다.
예부터 사막을 오가는 캐러번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성채가 세워지고 캐러번세라이(캐러번용 숙소)가 운영되었다.
데저트 하이웨이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성채들을 심심찮게 구경할 수 있다.그중에서도 카라냐성과 암라성이 유명하다.모두 8세기에 축조된 것으로 내부에는 아름다운 작품들이 걸려있다.
특히 로렌스가 활동했다는 아즈락성은 볼거리가 더 많아 찾는 이도 많다.주위에서 베두인족들을 만날 수도 있어 더욱 좋다.
***權 三 允 〈역사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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