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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야드 … 아직도 배고파” 아시아 장타왕 고교생 박성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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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낮게 날아가기 시작한 공은 220야드 푯말이 쓰여진 그물망을 상승 곡선으로 맞았다. 아직 공은 최고점에 이르기 전이어서 350야드는 너끈히 나갈 것 같았지만 이 거구의 골퍼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이다.

  1m92cm에 88kg의 그는 첫 인상부터 ‘빅 이지’ 어니 엘스(남아공)를 연상시켰다. 아직 열일곱 살에 불과한 이 소년의 이름은 박성호(제주관광산업고 3). 이 고교생이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공을 멀리 치는 골퍼인지도 모른다.

 박성호는 18일 일본 시즈오카에서 끝난 아시아 장타 대회에서 1위를 했다. 준결승에서 406야드, 결승에선 396야드를 쳤다. 여섯 차례 공을 쳐 폭 20야드인 페어웨이에 들어간 공 중 가장 멀리 친 것이 기록이 된다. 매치플레이 형식으로 승부를 가렸는데 400야드 내외를 치는 그를 본 일본의 장타자들이 겁을 집어먹고 잔뜩 힘이 들어간 스윙을 했던 것 같다.

장타 대회에서 딴 메달을 목에 건 박성호가 배구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어머니 유애자씨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사진=성호준 기자]

“상대 선수들이 공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리지도 못하더라”고 그의 어머니 유애자(45)씨는 말했다. 키가 1m80cm인 유씨는 1980년대 여자배구 국가대표 명센터 출신이다. 일본 대회 관계자들은 “박성호 정도면 세계 장타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국내 선발대회에서는 407야드로 우승했다.

  박성호가 쓰는 드라이버는 장타용 특수 드라이버가 아니라 일반 대회에서도 쓸 수 있는 채다. 일본 워크스 제품으로 샤프트 길이가 공인 대회 최대 허용치인 48인치다. 일반인들이 45인치짜리를 쓰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길다. 더구나 샤프트 강도는 최대치인 ‘쿼드러플 X’다. 로프트 각도는 7도다. 놀라운 것은 맞바람이 불 때는 5도짜리를 쓴다는 사실이다.

 박성호 이전까지 아시아 최장타자는 이원준으로 알려졌다. 호주 교포인 그는 대회에서 350야드 정도의 드라이브샷을 날렸다. 지난 5월 국내 대회에 왔을 때 이원준은 “현재 PGA 투어 드라이버 거리 1위인 버버 웟슨보다는 5야드 정도 짧고 JB 홈스보다는 길다”고 말했다. 이원준과 박성호가 함께 공을 쳐본 적은 없지만 둘을 모두 본 골프 관계자들은 “박성호가 더 길게 친다”고 말했다.

  박성호는 일년 내내 멀리 치는 것만을 연습하는 롱드라이빙 전문 선수가 아니다. 그는 타이거 우즈가 되기를 바라는 진지한 골퍼다. 장타 대회에선 400야드를 치지만 일반 대회에선 드라이버로 360야드 정도를 친다고 한다. 그러나 OB(아웃 오브 바운스)가 많은 국내에선 360야드도 부담스럽다. “드라이버로 치면 낙구 지점이 무척 좁다. 도그레그 홀에서 이른바 ‘막창’으로 OB가 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반 대회에는 오히려 드라이버를 비롯한 우드를 아예 가지고 나가지 않는 아이언맨으로 변신한다. 2번 아이언으로 티샷해 260∼270야드를 친다. 그의 스승인 국가대표 한연희 감독은 “쇼트게임 감각도 괜찮은 편이다. 거리 때문에 가끔 OB가 나 자신감을 잃는데 정신력만 강화하면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드라이버는 쇼고 퍼팅은 돈’이다. 그래도 그는 드라이버를 퍼팅과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퍼팅은 누구라도 연습을 하면 잘할 수 있지만 거리는 타고난 사람만 할 수 있다”는 이유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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