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특별재난지역' 선포 … 군인 3000여 명 피해 복구 총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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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항에서 선주와 선원들이 불길에 휩싸여 있는 13척의 어선을 지켜보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너무 처참해 저희도 막막하네요."

태풍 '나리'의 피해복구를 위해 19일 제주도에 온 해병 1사단 2연대 소속 김태형(22) 상병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제주시 용담동 서문시장 부근 수해지역 복구에 나선 해병 장병들은 김 상병을 포함해 300여 명. 이곳은 주변의 병문천 하류가 범람해 주택과 차량을 쓸어갔고, 지금도 진흙탕 투성이다. 곳곳에 찌그러진 차량이 널려 있는 현장에서 해병 장병들은 지게차와 중장비를 동원, 복구에 구슬땀을 흘렸다.

제주도를 강타한 태풍 '나리'는 제주도민들에게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히는 데 끝나지 않고 추석대목 경기마저 빼앗아 갔다. 추석연휴 때 제주도를 찾으려는 관광객의 예약취소도 잇따라 관광업계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제주 지역 수해복구를 위해 사상 초유의 대대적인 군 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해군 제주방어사령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경북 영천 주둔 육군공병대 200명과 포항의 해병 1사단 병력 1000명 등 모두 1200여 명의 군 장병들이 4300t급 해군 상륙함인 고준봉.비로봉.향로봉 등 3척에 분승해 제주도에 상륙했다.

굴착기.트럭.지게차.앰뷸런스 등 11종 50여 대의 각종 장비와 함께 18시간의 항해 끝에 도착한 이들은 제주방어사 1000명, 특전사 병력 400명, 18일 먼저 온 해병 선발대 400명과 함께 도내 곳곳의 수해 현장에 배치돼 복구에 구슬땀을 흘렸다. 육지에서 모두 2000명의 군인이 왔고 제주도 병력 1000명을 합하면 모두 3000여 명의 군인들 복구를 돕고 있는 셈이다.

제주방어사 관계자는 "육군 제1훈련소가 있었던 제주에 이처럼 대규모 병력이 투입된 것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훈련 때를 제외하곤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태풍 '나리'로 큰 피해를 입은 제주도를 20일 오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로 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국세 납부기한 9개월 연장 ▶공공시설 피해액의 최대 90% 국고 지원 ▶30% 이상 재산 피해자 세금 감면 ▶수해로 집이 파손돼 대체 건축물을 구입할 때 각종 세금 면제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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