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미술 섣부른 진품판정에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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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최근 일본에서 되찾아왔다는 蕙園 申潤福의 풍속화첩을 놓고「진짜냐,가짜냐」는 진위시비가 벌어져 고미술계에 한바탕 큰 파문이예상되고 있다.
진위시비는 섣부른 진품단정과 사진자료에 의한 가짜주장등이 뒤엉켜 복잡하게 전개되면서 새삼 고미술계를 뒤흔들었던 과거의 가짜문화재소동들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당초 이 화첩의 진위시비는 실물을 확인한 許英桓교수(성신여대.문화재전문위원)가「蕙園의 초기작품」이라고 단정하면서 시작됐다. 許교수는 孔昌鎬씨(공창화랑대표.한국고미술협회 상임고문)를 통해 배포한 자료에서 『蕙園의 작품에는 年記가 전혀없어 그의 나이에 따른 화풍의 변화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檀園화풍의 영향이 강한 것일수록 초기작이고 자신의 화풍이 강한 것 일수록 후기작으로 믿어진다』며 따라서『이 俗畵帖의 그림은 혜원의 초기작품』이라고 주장했다.許교수는 또 이 자료에서 10폭으로 된 화첩 각각에「蓮池春情」「楊柳春行」「冬節夜行」등의 제목을 붙이고 각폭마다 간단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같은 설명은 새로 확인된 중요작품에 대한 설명으로는 지나치게 간단한 것으로 곧이어 한국화가 羅正泰씨가『화첩의 그림은 蕙園의 필치나 구도가 전혀 아니다』고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진위시비가 벌어지게 됐다.
그러나 羅씨 역시 자신의 주장이 언론에 공개된후 『나는 가짜라고 말한적은 없다.다만 혜원의 화첩이 아니라고만 했다』고 말을 고치는등 횡설수설하고 있어 蕙園작품의 진위가 어떻게 가려지든 고미술계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
실제 인사동의 한 고미술상인은『이번 소동이 어느 쪽으로 결말나든 고미술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만은 분명하다』며 우려를표시했다.
고미술계는 이제까지 어떤 미술분야보다 잘못된 감정에 의한 가짜시비가 많았던 분야다.
과거 잘못된 감정으로 고미술계를 뒤흔들었던 대표적 가짜소동으로는 思悼世子가 갇혀죽었다는 뒤주와 고려때 만들어졌다는 측우기,1백㎏이 훨씬 넘는 茶山 丁若鏞의 인장발견사건등을 들 수 있다. 사도세자의 뒤주는 단지 오래된 뒤주에 낙서해놓은 것을 문화재위원이 소장자집안에서 전해내려오는 말만 믿고 성급하게 잘못판단한 것으로 판정됐으며 고려때 측우기는『그것은 내가 우산꽂이로 만들어 일본에 수출한 물건과 똑같다』고 주장하는 공예가가 나타나는 바람에 싱겁게 결말이 났다.
이같은 가짜소동이 일어날 때마다 관련상인.고미술학자.문화재 전문위원들이 나서서 眞僞 어느쪽이든 한편에 섬으로써 개인적으로는 큰 상처를 입고 고미술계 전체는 불신의 대상이 되는 악영향을 남겼다.
이번에 공개된 蕙園화첩도 가짜시비로 인해 그 결말이 어떻게 날것인가와는 무관하게「믿을 수 없는 고미술계」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위작지적을 받은 인우회측은 문제의 蕙園화첩을 예정대로 6월3일부터 열리는「비玩古美術精品展」에 공개하는 한편 전시기간중 국내학자와 일본의 한국화전공학자를 초대한 설명회도 가질 계획임을 밝혔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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