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부모살해/신세대 즉흥주의 “충격”/전문가 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자신의 욕구충족 위해서라면 물불 안가려/대화없는 가정교육 폐해·물질우선 풍조탓
▷청소년개발원 연구실장 한승희씨◁
요즘 신세대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그들의 긍정적인 측면이 많이 부각되고 있지만 신세대의 부정적인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신세대는 대부분 경제적인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세대다. 힘든 것을 모르고 쉽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온 신세대는 참을성이 없고,즉흥적인 특징을 지닌다.
이로인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며 부모라도 자신의 의견과 대립될 경우에는 「제거」의 대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번 범죄도 청소년기부터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범인이 청년이 되어서도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부모와의 마찰을 이기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가정에서의 대화도 중요하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미덕이 사랑이라는 것을 가정에서부터 배워야 하는데 대화가 결핍된 가정에서는 부모로부터 사랑을 배울 수 없다.
부모들도 자녀들과의 대화를 통해 「따듯한 가족의 분위기」에서 사랑을 가르쳐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경제적 측면만 충족시키면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자녀와의 대화보다는 용돈을 더 많이 주는 것이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부모들의 잘못도 크다. 이번 사건도 이같이 대화가 부족하고,사랑이 결핍된 가정에서 자란 범인이 부모와 대립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형사정책연 선임연구원 조은경씨◁
살인 등 범죄는 돈을 필요로 하거나 순간적인 충동때문에 일어난다.
존속살인의 경우는 계획적이기보다는 「분노」로 표시되는 일시적인 충동일 때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번처럼 계획적인 경우는 무엇보다도 「가치관의 전도현상」 때문으로 판단된다.
오렌지족으로 대표되는 최근의 사회현상은 「오늘 지상주의」와 「순간 쾌락주의」의 한 단면이다.
가치관이 제대로 서있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가 베푸는 풍족한 용돈과 지나친 사랑은 오히려 이와같은 사회병리현상을 제대로 된 가치관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특히 정당한 노력의 대가로 얻어지는 소득이 아니라 요구만 하면 손에 넣을 수 있는 「용돈」은 결국에는 부족함과 허탈감만을 심어주게 된다.
기성계층의 가치관과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은 돈쓸데를 갈수4 많게하고 따라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 되며,끝에는 항상 부족한 상태로 된다는 것이다.
최근 유학 오렌지족들의 범죄행위가 늘고 있는 것은 국제화에 대한 오도된 관념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적인 도덕성교육의 바탕없이 무조건 외국의 것만 받아들인 상태에서 한국의 현실과 맞닥뜨리면서 「가치관의 충돌」 현상을 빚어 쉽사리 범죄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고려병원 신경정신과 오강섭씨◁
최근들어 부모를 구타한다거나 존속을 살해하는 등의 가정내 폭력이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증상은 가치관의 혼란에서 오는 것으로 가정교육의 폐해와 사회병리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난다.
특히 부모를 살해한다는 것은 일단 「일시적 정신분열증」으로 봐야하며,과보호와 물질만능풍조가 주요 병인이다.
핵가족화하면서 가족구성원간의 「해제」가 심화되고 있는데 이는 바로 과보호로 특징되는 지나친 관심 때문이다.
부모들은 지극한 사랑이라고 말하겠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과잉부담·간섭으로 느끼기 때문에 오히려 반발심만 키우는 셈이 된다.
예를들어 부모의 기대감 섞인 기대는 아이들에게 『나는 도구일뿐』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게 될 뿐이다.
또 어릴 때부터 과잉보호를 받다보면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쉽게 대응하지 못하고 「편한 방식」을 찾게 된다.
이번 사건도 결국은 부모가 사랑의 대상이 아닌 필요의 대상이었고,돈의 필요를 해결하는 대상으로 인식됐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예전에는 매를 맞아도 「끈끈한 정」을 서로 공감했으나 요즘은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는데 「장애」로 받아들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여기에 물질만능 위주의 사회병리현상이 접목되면서 인간의 신뢰구조가 무너져버리는 것이다.
▷변호사 한승헌씨◁
이번 사건은 예외적인 범죄현상이긴 하지만 원인을 따져보면 우리 사회 전체에 팽배해 있는 윤리상실·도덕적 타락의 한 단면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같은 윤리성의 상실은 물질만능·배금주의 사조의 팽배 등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핵가족화 등으로 인해 혈연의식이 엷어지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바로 이같은 우리 사회의 가치 전도적 요소가 반영된 것이다.
이처럼 성인사회 행태면에 널리 퍼져있는 범죄 유발적 요인의 전반적 개선없이는 이같은 패륜적인 범죄를 막을 수 없다.
피상적 대책보다는 근원적 해결대책이 모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학교교육을 포함한 폭넓은 사회교육을 통해 윤리의식을 높여나가는 길 밖에 없다. 때문에 현재의 입시위주의 교육방식으론 윤리의식을 높일 수 없다. 입시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또한 현재 젊은세대의 가정교육방식도 재고해봐야 한다.
아이들을 너무 위하다 보면 지나치게 이기주의적인 인간으로 자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