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인구 유출 막아라”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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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부산시 기장군 정관신도시 내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입주가 끝나면 수용인구 8만6000명 중 절반가량이 울산시민들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송봉근 기자]

부산시 기장군 정관신도시에 울산시민들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전망돼 울산시가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전출 인구는 신도시 수용 인구 8만6000여명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부터 아파트 분양에 들어간 5개 건설업체들에 따르면 계약자의 40~50%가 울산에 주소지를 둔 사람들인 것으로 최근 파악됐다. 울산시는 신도시와 가까운 울주군 온양·남창 일원에 정관신도시(415만8000㎢)의 절반에 가까운 173만2000㎡을 조기에 택지로 개발하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울산시민들 “부산 가자”=계룡건설 등 지난해 6월부터 정관신도시에서 아파트를 분양 중인 5개 업체에 따르면 최근 1년여 동안 분양된 2825 가구의 아파트 중 43%(1214가구)가 울산시민들로 채워졌다. 이들 5개사의 아파트(총 3324가구)는 1~3층을 제외한 대부분 분양계약을 마쳐 전체 분양률은 85%선이다. 이 지역 전체 분양 예정 아파트는 민영·공공임대를 합쳐 총 2만8743가구.
 계룡리슈빌의 경우 계약자의 50%,현진에버빌은 48%, 롯데캐슬은 44%, 신동아파밀리에는 32%, 한진 해모로는 23%가 울산시민이 계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계룡건설 조현철 과장은 “지난해 6월 동시분양 직후에는 분양률이 10%에도 못미쳤으나 울산지역 분양가격이 1000만원 이상으로 치솟은 지난해 9~11월 울산시민들이 대거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5일부터 분양을 시작한 대주건설 피오레은 불과 2주 동안 1540가구 중 520가구 분양계약을 마쳐 분양률이 34%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울산 거주자가 42%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주피오레의 이건석 마케팅본부장은 “울산 사람들의 수요가 확인됨에 따라 지난달부터 울산시내 일원과 온산·울주공단에 대대적인 광고 전단을 뿌렸다”며 “부산 해운대 한군데 뿐인 견본주택도 조만간 울산시내에 추가 개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분양가격, 교통여건이 유혹=정관신도시 아파트를 계약을 한 김모(43·울산시 울주군 온산읍)씨는 “울산시내 신규 분양아파트의 반값 수준인 데다 2009년 입주가 시작될 무렵이면 부산·울산고속도로가 개통돼 20~30분이면 온산공단까지 출퇴근이 가능한데 굳이 울산에 집착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정관신도시의 경우 분양 중인 대주 피오레가 3.3㎡당 분양가가 560~580만원인 것을 비롯, 대부분이 500~600만원대이다.

<2003>하지만 울산의 경우 중구 우정동 혁신도시 주변이 1200만원, 남구 주상복합아파트가 1400만원선이고 시외곽 울주군, 북구의 지역도 800만원 안팎으로 치솟았다.

 출퇴근 거리도 울산도심(시청)까지 30.9km로 왕복 4차선인 국도 7, 14호선, 부산~울산고속도로(2008년말 완공예정)을 이용할 경우 30분이내에 출퇴근이 가능하다. 정관신도시와 이들 3개 도로를 잇는 동면(경남 양산시)~장안(부산시 기장군) 연결도로도 2009년 개통될 예정이다. 울산으로 출퇴근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23.9km 떨어진 부산 도심(시청)까지 가는 시간에 별 차이가 없어진다.

 ◆비상 걸린 울산시=인구 유출로 인한 시세 약화를 우려한 울산시는 “건설업체들이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사실을 과장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효재 울산시도시국장은 “정관신도시에 대응하기 위해 인접한 온양·남창 일원의 시가화예정 용지 173만2000㎡에 대한 택지개발을 서둘러 저가 택지 공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관신도시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로 울산도심과 정관신도시 중간에 있는 온산·울주공단 등 울산 남부권 시민들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또 “공공택지 개발지구인 중구 혁신도시와 다운임대주택, 송정·화봉·방어진 지구에 공동주택지를 확대공급하고, 북구 농소와 울주군 언양읍 일대 등 정관신도시와 아파트 가격경쟁이 가능한 지역에 분양가 상한제를 엄격히 적용해 분양가격을 최대한 낮추겠다”고 덧붙였다. 

이기원 기자 ,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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