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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교수 "진보진영 새 대안은 낙오자 없는 세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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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범여권의 대선 후보 뽑는 과정을 착잡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이들이 있다. 그 중 지난해 1월 뉴레프트(신진보)를 표방하며 출범한 좋은정책포럼(공동대표 임혁백·김형기)을 빼놓을 수 없다. 진보 진영이 좀 더 일찍 이들이 제시한 뉴레프트로 진로를 조율했으면 대선 국면은 훨씬 더 감동적이고 경쟁적인 양상을 펼쳐갈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유연한 진보로의 변화를 이들은 모색해 왔다. 세계화를 거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수용하면서 대안을 모색하고, 북한 문제에서도 인권 문제 등 비판할 것은 비판하자는 식이다.

‘사회통합적 세계화’와 ‘한국형 제3의 길’을 지향해온 좋은정책포럼이 19일 한국사회의 진로를 다시 점검하는 심포지엄을 연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세대 상남경영관에서 열린다. 좋은정책포럼의 취지에 공감하는 코리아연구원(연구기획위원장 박순성)·복지국가소사이어티(공동대표 이태수·이성재)가 공동 주최자로 나섰다. 진보 진영이 새로운 국가 비전으로 전열을 정비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심포지엄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vs 사회통합적 세계화=진보 진영의 위기가 깊어진 이유는 세계화의 확산에 대한 뚜렷한 대안을 마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뉴라이트(신보수) 세력과 한나라당이 산업화·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로 가자고 주장할 때, 그에 맞서 설득력있는 구호를 내놓지 못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사회통합적 세계화’가 대안으로 제시될 예정이다.

미리 공개된 발제문을 보면, 첫 발표자로 나선 김호기(연세대 사회학) 교수는 ‘사회통합적 세계화의 비전과 전략’이란 글을 통해 “새로운 시대정신은 ‘사회통합적 세계화=지속가능한 세계화=낙오자 없는 세계화’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97년 이후 민주화 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세계화 시대가 가시화되었다고 진단한다.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의제 설정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진보진영은 여전히 민주화 담론에 안주해온 것이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잃게된 배경이라고 그는 보고 있다. 그는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정치구도는 ‘양극적 세계화 vs 통합적 세계화’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화 문제를 떠난 ‘민주 vs 반민주’ 혹은 ‘민주화 vs 선진화’의 대립 구도는 이제 의미가 없다고 했다.

◆한국형 제3의 길은 가능한가=뉴레프트 성향의 지식인들은 경제성장과 분배복지라는 두 갈래의 절충을 모색한다. 한국형 제3의 길은 가능할 것인가. 김형기(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가 발표할 ‘한국경제 제3의 길: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을 위한 제도 구축’은 이 문제에 대한 진단이다.

김 교수는 ‘저성장과 양극화’를 한국경제가 직면한 양대 문제로 지목하며 “이를 해결할 방안은 새로운 성장체제와 복지체제를 갖춘 대안적 발전모델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찾는 ‘대안적 발전모델’은 좌파의 사회민주주의와 우파의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것이다. 그는 “사회민주주의는 실행 불가능하고, 신자유주의는 지속불가능하다”며 “제3의 길을 향한 사회적 타협이 요청된다”고 말했다. ‘사회적 타협’과 관련해선 ‘재벌체제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결합’‘노동시장의 유연안전성을 위한 사회적 합의’‘수도권과 지방의 타협’ 등을 예로 들었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이밖에 성경륭(한림대 사회학) 교수의 ‘창조국가 전략과 균형국가 전략’, 박광국(가톨릭대 행정학) 교수의 ‘정부개혁의 과제와 전망’, 이태수(현도사회복지대 경제학) 교수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경제사회정책’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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