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저작권료(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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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인은 노래를 좋아하고 잘 부르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만약 직업가수가 아닌 전세계 보통사람들의 노래시합이 벌어진다면 당연히 한국사람들이 1등을 차지할 것』이라고 단정한 외국인들도 있을 정도다. 한국인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나 뉴욕에서까지 노래방이 등장해 재미를 보고 있다니 노래 좋아하는 한국인의 기질을 짐작할만하다. 한국인이 유달리 노래를 좋아하는 까닭에 대해서는 몇편의 논문이 발표된 일도 있었다. 그 논문들의 공통점은 한민족이 고대사회부터 일과 노래를 병행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동요」가 그것인데,그와 관련해 제기된 실례들이 흥미롭다. 일하는 사람과 노래하는 사람이 같은 현장에 있는 예가 흔하다는 것으로 가령 논매기 현장이나 상여 나가는 현장 따위를 꼽는다. 논매기 현장에서의 앞소리꾼은 일은 하지 않고 논매기 노래를 불러 일하는 사람들을 독려하며,상여가 나갈 때 앞소리꾼은 힘든 상여를 메는 대신 상여 위에 올라타 신나게 혹은 구성지게 만가를 부르며 상두꾼들을 진두지휘한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노래를 좋아하는 것도 그같은 맥락에서의 해석이 가능할는지는 알 수 없으되 노래방이 번창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직장인·가정주부·학생 등 폭넓은 계층에 의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이용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니 엇비슷한 측면이 있기도 하다. 새로 생긴 아파트촌에서 가족 전체가 노래방을 찾아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은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그러나 노래 한곡씩 부를 때마다 그들이 지불하는 노래방 사용료에 작곡·작사자에 대한 저작권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노래방에 설치된 반주기 1대에 매달 5천원씩의 저작권 사용료가 지급된다니 돈내는 쪽에서는 그리 많은 액수라고 볼 수 없지만 노래방이 전국에 약 1만2천여개소에 달하고 보면 받는 쪽에서는 그리 적은 액수도 아니다.
반주기에 수록된 곡이 많은 작곡·작사 가운데는 방송사의 저작권료를 포함해 매달 수천·수백만원씩의 저작권료를 받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저작권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은 노래방 업주가 협회로부터 피소돼 지급명령을 받은 사건은 노래방의 전성시대와 함께 우리가 저작권 시대에 살고 있음을 새삼 절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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