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바이오 벤처 투자, 10년 이상 내다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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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투자 후 2~3년 안에 원금이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나길 기대하는 게 국내 벤처투자가들의 습성이다. 2000년을 전후한 정보기술(IT) 거품 때 일부 IT 벤처기업에서 그런 재미를 본 경우가 있었기에, 바이오기술(BT) 벤처도 그러려니 생각하기 쉽다.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으로 유명한 스위스 노바티스의 안야 코에니그(38·사진) 박사는 최근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바이오 벤처기업 투자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신물질이 신약으로 출시되기까지 임상시험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면서 10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하고, 일단 돈을 벌기 시작하면 장기간 ‘캐시카우(돈벌이 사업)’가 된다는 점에서 IT 투자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설명이다.

 코에니그 박사는 노바티스 벤처펀드의 아시아·태평양 담당이다. 이 펀드는 증시에 상장되지 않은 BT 관련 벤처기업에 투자하려고 1996년 만들어졌다. 최근 아태 지역의 BT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이 지역 담당 자리가 신설됐다.

 그는 “노바티스 벤처펀드는 처음 7500만 달러 규모로 시작해 올 1월 5억5000만 달러로 성장했다”며 “투자수익금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만큼 불렸으니 생명과학 펀드로는 세계적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60여 개 회사에 투자가 진행 중이다. 이 펀드는 매년 400여 개의 BT 관련 회사를 신중하게 선별해 5∼8개 회사에 투자한다.

 “아이디어 또는 물질이 얼마나 새로운가, 경영진의 역량이 얼마나 뛰어난가에 중점을 두고 투자 여부를 결정해요. 한번 투자하면 기업공개(IPO) 때까지 10여 년 장기 투자하는 게 보통이지요. 기업을 소유하기보다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이라 일단 지분의 30% 정도를 투자한 뒤 지분율을 낮춰가며 수익을 실현합니다.”
 임상시험 이전 단계의 물질일 경우 200만<2009>~<2009>500만 달러의 투자가 이뤄지고, 임상에 들어가 가능성이 입증되면 500만<2009>~1000만 달러의 추가 투자가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코에니그 박사는 “아직 한국에 대한 전체 투자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현재 한국 바이오 기업 12개사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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