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한국 남성들 보수적 패션 분홍 등 과감한 색상 즐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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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제냐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7억8000만 유로)을 올린 세계 정상급 남성 정장 브랜드다. 1910년 이탈리아 북부 트리베로의 원단 공장에서 출발해 지난해까지 60여 개국에 500여 매장을 냈다. 매년 35만 벌의 남성 정장을 팔지만 맞춤복 가격은 300만~1000만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다. 이탈리아 본사에서 남성 정장을 총괄하는 엔조 달레산드로(55·사진) 디렉터는 “값이 비싸도 매년 판매가 느는 걸 보면 품질이 그만큼 된다는 증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15일 서울 청담동 제냐 매장에서 만난 백발의 그는 몸에 꼭 맞는 남색 줄무늬 정장에 갈색 구두를 신고 있었다.

 세계 남성 정장 트렌드를 주도하는 이탈리아에서 그는 30년 동안 현지 브랜드와 글로벌  브랜드를 오가며 판매·개발·유통 등 실무를 담당했다. 제냐에 합류한 것은 99년. “제냐에서 일하게 됨으로써 내 경력을 완성했다”고 자부했다.

 30년 동안 남성 정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30년간의 변화가 최근 5년 동안 일어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소위 ‘정통 스타일’로 인정받던 딱딱한 어깨선의 턱시도, 나비 넥타이가 자취를 감췄어요. 대신 몸을 감싸는 슬림한 라인, 활동성을 중시한 원단이 인기예요. 셔츠나 넥타이의 색상도 점점 과감해지고 있고요.”
 그럼 한국 남성들의 패션 감각도 이런 트렌드를 쫓아가고 있을까.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한국 남성들은 보수적인 편인 아시아 시장에서도 특히 보수적인 것 같다”고 평했다.

 정장 색깔은 남색·검정색 일색이고, 흰색 셔츠가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제냐 본사에서 한국으로 수입되는 옷도 그래서 보수적 스타일 일색이라고 했다. “정통 스타일만 고집하면 사람이 지루하고 늙어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직접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골라 오더니, 옷걸이에 걸쳐 보이며 “분홍색·와인색 같은 과감한 색상이 한 군데에만 들어가도 훨씬 젊어 보이지 않으냐”고 했다.

 그는 최근 세계 남성 패션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전엔 일 외엔 담배·자동차 정도가 남성들의 관심사였는데 요즘은 여성 못지 않게 패션에 민감한 남성이 많다”는 것이다. “브랜드 이름을 따지기보다 가격 대비 품질, 자신만의 취향을 중시하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요. 이런 계층을 만족시키려면 더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아야지요.”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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