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진정한 國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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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올해는 定都6백년이자 한국방문의 해다.오랜세월 속에 榮苦의 얼룩진 歷史는 묻혀버리고,6백년 도읍지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산천은 依舊하지 않고 人傑도 간데 없다.가난의 恨을 벗으려는 온국민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현대식 건물은 하늘을 찌르지만 6백년조상들의 희미한 숨결은 손끝에 잡히지 않는다.
서울은 로마.앙카라등에 이어 세계에서 열세번째의 오랜 도시라고 하지만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외국 관광객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6백년의 문화와 전통.역사는 과연 있는가 없는가.그나마 있는 것도 초라한 존재로 박물관에 잠들고 있는 것 은 아닌가.
한국방문의 해에 즈음하여 이렇게 자문해 볼 때 5천년 文化民族을 자처하는 우리의 自尊心은 여지없이 허물어지고 만다.그 존재를 읽을 수 없는 過去史는 이미 역사가 아니다.과거를 배우고현재를 호흡하여 미래를 창조하는 역사가 永生하는 역사이며 이를통해 國富는 축적되어 가는 것이다.세계 각국은 저마다 국부를 증대하고 축적하여 국민생활의 質을 높이려고 부단히 노력한다.전문 용어로는 국민경제가 일정 시점에서 소유하고 있는 모든 자산의 합계,즉 가계.기업.정부등 한 나라의 경제 주체가 보유하고있는 자산의 합계를 국부라고 한다.
國富를「스톡」(축적된 富)과「플로」(새로 생긴 흐름으로서의 富)로 나눌 수 있고 보통 국부를 나타내는 국민 총생산은「플로」인 국부다.오랜 역사를 가진 先進國은「스톡」으로서의 국부가 엄청나게 크지만 역사가 짧은 신생국이나 후진국은 축적된 국부가적을 수밖에 없다.우리의 국민소득은 매년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있다.그러나 이와같은「플로」로서의 국부가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투자되고 축적되지 않으면 진정한 국부가 아니다.
國富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선진국의 국부는 오랜 역사와 문화.질서의 조화에 의해 쌓여 온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실리고 史實이 첨가될 때 한 나라의 국부는 무한의 가치를 갖게 된다.우리의 국부는 얼마나 될까.日本의 국부는 우리의 40배나 되고 국민총생산(GNP)기준으로는 12배가된다. 또 대영박물관.루브르박물관 같은 세계적 박물관의 보물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어떤 기회에 英國의 어느 귀족을 방문했을때 자기 소유의 城과 土地 유지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매년 그림하나씩을 판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소장하고 있는 그림이 3백여개나 된다니 그림을 팔기만해도 3백년은 견딜 수 있는 셈이다.영국의 국부나 국력의 크기를 가늠케 하는 예다.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선진국에비해 국부가 왜소하고,역사적인 문화재와 예술품 을 전시하는 박물관 수가 적다는 사실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역사에 대한 안목이나 문화를 사랑하는 감정이 메말라 가는데 있다.佛國寺.石窟庵등 2천년 신라의 역사는 시멘트 발림으로 시간의 흐름은 정지된채 藝術性과 文化性을 잃어버렸고, 수치스러운 日帝침략의 잔재라고 중앙청 건물을 철거한다면 文化財의 역사성은 상실된다.치욕의역사도 민족의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후손의 산 교재로서의 가치가 크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플로」로서의 국부를 증대하는데 노력을 경주해야 겠지만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스톡」으로서의 국부를 축적하고 형성해 가는 것이다.이러한「스톡」으로서의 국부는 역사를 보존할 수있고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며 인간의 존엄성.가 치를 존중할 때증대된다.
역사를 소중히 여기고 문화를 사랑하는 生活哲學이 바로 선진국이 되는 조건이다.왜냐하면 선진국은 역사와 예술을 사랑하는 문화국이고 창조적 자유의 원천인 精神的 富를 추구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전통은 未來의 발판 다만 전통과 문화.역사를 소중히 여겨야 하는 이유가 화려했던 과거를 연연해하고 執着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오히려 未來指向的으로 창조적 발전을 추구하는 발판으로서 그 목적과 가치가 있다.같은 맥락에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改革의 正 當性이나 政權의 正統性문제도 과거 역사의 정통성과 연계되고 있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국민에게 자유와 행복.풍요를 줄 수 있느냐 여부에서 찾아야 한다.
定都 6백년과 한국방문의 해를 계기로 서울을 역사의 도시,문화의 도시,세계적 도시로 도약시키기 위해 國富의 역사성과 문화성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국민적 開眼을 촉구해본다.
〈韓國신용정보社長.經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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