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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초등생 "교환·환불은 날 두번 죽이는 거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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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대전시청 2층 로비에서 열린 위아자나눔 장터에는 1만여명의 대전시민이 다녀가는 등 성황을 이뤘다.

이날 개장식에는 박성효 대전시장ㆍ김신호 대전시교육감ㆍ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ㆍ김영관 대전시의회의장ㆍ박병석 국회의원ㆍ권선택 국회의원ㆍ박태욱 중앙일보 논설실장ㆍ김종완 아름다운가게 운영위원장 등 10여명의 귀빈이 참석했다.

아름다운 가게 김종완 운영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어려운 사람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모였다”며 “비가 와서 기대 만큼 수익이 오르지 못하고 장소가 협소하더라도 부족분을 따뜻한 마음으로 채워달라”고 강조했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축사를 통해 “좋은 행사가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것이 아쉽지만 중앙일보가 참여해 전국적으로 확산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가 와서 좁은 시청사 로비에서 하게됐다”며 “내년에는 남문광장을 잔디로 조성해 행사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개장식을 마친 귀빈들은 장터를 돌며 행사에 참여한 시민을 격려하고 필요한 물품을 구입했다. 이 중 김신호 교육감은 둔산여고 부스를 찾아 ‘친환경수세미’를 구입하며 학생ㆍ학부모와 악수를 하는 등 남다른 애정을 보여줬다.

이날 행사에는 충청체신청ㆍ㈜선양주조ㆍ우리은행ㆍ해찬들 등 기업체와 대전시ㆍ둔산여고ㆍ아름다운 가게ㆍ중앙일보 판매팀 등 20여개 기관 단체가 참여했다. 또 어린이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이 130여 개인장터를 열어 재활용품을 판매했다.

위아자 이모저모

○…이날 개인장터 130여곳은 어린이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들은 저마다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책ㆍ옷ㆍ전자제품 등 재활용품을 갖고 나와 판매에 열을 올렸다.

어머니와 함께 머리핀ㆍ볼펜ㆍ알림장 등을 50원,100원에 팔던 김소정(12ㆍ초등5년)양은 ‘교환 환불은 나를 2번 죽이는 거라며’라는 안내문을 써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김양은 “생각보다 물건을 팔기가 쉽지 않다”며 “판매액의 50%를 기탁해 좋은 일에 쓰고 50%는 책을 사는데 쓰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집에서 사용하던 카메라ㆍ장난감권총ㆍ책등을 판매하러 나온 김종룡(9ㆍ초등2년)군은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사소한 물건을 팔아서 남을 도울 수 있는 게 신기하다”며 활짝 웃었다. 옆에서 김 군의 판매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 전명진(34ㆍ서구가수원동)씨는 “애들에게 절약 및 이웃사랑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개인장터에 나왔다”고 말했다.

○…물품을 펼쳐놓고 조용히 사기를 기다리는 편인 개인장터와 달리 단체 참가자들은 시민들의 소매를 끄는 등 호객행위를 하고 물품을 소개하며 적극적으로 판매해 시골장터의 정겨운 모습을 연출했다.

둔산여고 학생과 학부모로 구성된 기쁨두배 봉사단의 윤현자(47)단장은 “항균 처리된 아크릴실로 짜 세균이 번식하지 않는 수세미”라며 “학생들이 직접 뜨개질 해 만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학생들은 물건을 고르는 주부들의 소매를 이끌어 수세미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 뒤 “두 개 3000원”이라며 애교를 부린 뒤 사줄 것을 호소하기도.

한국스카우트대전연맹 샛별자모단 회원 100여명도 “싸고 질 좋은 가전ㆍ의류ㆍ서적 등을 1t트럭 한 대분이나 갖고 나왔다”며 다양한 물품을 흔들며 사줄 것을 호소. 샛별자모단은 평소에도 농촌봉사와 불우시설 봉사,독거노인 김장담가 주기 등 활발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다.

○…개장식에서 ‘나는 아름다운 장돌뱅이가 될 것을 약속합니다’는 선서를 한 주부 민복기(45)씨와 아들 박충일(13ㆍ초등 6년)군은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책ㆍ인형 등을 한 보따리 갖고 나왔다.이들 모자는 장터 참가자들을 대표해 장터 아름답게 이용,대중교통 이용,쓰레기 치우기,폐장시간 엄수 등을 선서했다.

“선서한 기분이 어떠냐”는 물음에 박군은 “물건을 아껴 쓰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보탬이 될 수 있어 기분좋다”며 미소지었다. 어머니 민씨는 “작년 행사에도 참가했다”면서
그 뒤로 아들이 적은 금액의 돈과 필요없어 보이는 사소한 물건도 소중하게 여기는 버릇이 생겼다”고 박군을 칭찬했다.

○…충남 논산내동초등학교 2학년 염다경(9)양은 집에 있던 그림책과 인형, 옷 등 50여점을 들고 ‘다경이네 행복한 가게’를 열었다. 오전 10시 가게 문을 열기도 전에 그림동화책 12권을 판매한 염양은 “평소 신문을 통해 경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위·아·자에 참여하게 됐다”며 “판매수익금이 좋은 곳에 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모와 함께 장터를 마련한 김남혁(9·초등1년)·남현(5)군 형제는 ‘남혁·남현 상점’에서 가장 아끼는 장난감과 그림책을 과감히 판매대에 올렸다. 김군은 “엄마가 가게만 열어주고 물건은 우리더라 팔아보라고 하셨다”며 “가지고 온 물건을 모두 팔아서 기부도 많이 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대전 둔산여고 기쁨두배 봉사단의 학생들은 자신들이 만든 수세미가 ‘친환경’임을 강조하고 애교작전을 펴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해 눈길. 이 때문에 김신호 대전시교육감과 박병석·권선택 국회의원 등 개장식을 마친 귀빈들이 둔산여고 학생들의 가게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수세미를 여러 장을 사야했다.

대전=황선윤ㆍ신진호 기자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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