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죄까지 번져 당국 고심/「반쪽지폐」 열흘새 58장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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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외국돈도 마찬가지 약점”/조폐공사
1만원권 변조지폐 사용이 늘어나 확산저지와 방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6일부터 발견된 변조지폐는 16일 현재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58장이 발견됐으나 15일 경기도 부천에서 모방심리로 1만원권 변조지폐를 만들어 동네 슈퍼마켓에서 사용하려던 김모군(13·중2년)이 잡혔을뿐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찾지못해 정작 진범 검거는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진범검거가 늦어지면서 김군과 같은 모방성 범죄까지 가세,금융질서에 비상이 걸리자 한국은행과 조폐공사가 애를 태우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화폐의 위조방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한 연구가 이뤄져 상당한 성과를 보고 있으나 이처럼 화폐를 반쪽으로 가르는 변조 수법은 처음이어서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태. 금융당국은 현재의 화폐제조 방식으로는 이같은 변조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고 앞으로도 꽤 긴 시일이 걸려야 그 방지기술이 개발될 것이라고 솔직히 시인하고 있다.
현재의 화폐용지가 갈라지는 특성을 갖고 있고 이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는 조폐공사측의 설명이다.
화폐용지는 일반종이와 달리 방직공장에서 쓰고 남은 부산물인 면섬유를 알맞게 잘라 물로 섞은 다음 가는 망에 여러겹 깔아 만든다. 이 때문에 화폐를 물에 불리면 섬유질 사이의 연결이 느슨해져 결국은 갈라진다는 것이다.
두께를 더욱 얇게 하면 변조가 좀 어려워지겠지만 이 역시 근본대책은 못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1만원권 지폐의 두께는 대략 0.1㎜ 정도. 미국·일본·영국 등 선진국 화폐와 큰 차이가 없고 다만 프랑스의 경우 0.07㎜로 매우 얇지만 이마저 몇년전 반쪽짜리 화폐가 나돈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호주의 경우 플라스틱 코팅을 한 화폐를 만들기도 했지만 제조비용이 비싸고 돈이 빨리 해지는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송병익 한은 발권부장은 『돈을 더욱 얇게 할 수는 있지만 지폐 한장의 평균수명이 길어야 3년이 채 안되는 상황에서 변조만 막자고 쉽게 상하는 돈을 만들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한은은 요청으로 11일부터 갈라지지 않는 화폐용지 개발에 대한 연구에 나선 조폐공사 관계자는 그러나 『아직 세계적으로도 갈라지지 않는 용지에 대한 특허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화폐 위·변조범은 현행법상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이재훈·이훈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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