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이후도 비리 계속/「엑스포 수뢰」가 던진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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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윗물정화 불구 실무자들 구태 여전/한계설정 인상… 중소사·말단만 걸려
검찰이 16일 발표한 「엑스포 비리」수사 결과는 적발된 공무원수가 많다는 것보다는 공무원 사회의 구조적 비리가 새 정부 출범 후에도 계속돼 왔음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2월 문민정부 출범후 공직자 재산등록 등 제도적 장치와 잇따른 사정활동 등에 힘입어 고위공직자들의 「윗물맑기」가 어느 정도 정착돼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사정의 칼날」이 무디었던 중·하위직 공무원들의 뇌물수수 관행이 여전하다는 소문이 끊일질 않았고 이번 수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특히 구속된 공무원중에는 단순한 뇌물수수가 아니라 돈을 받고 방송시설 공사도면까지 복사해 빼돌려 주는 등 범죄에 깊숙이 개입한 경우까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역시 이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중·하위 공직자들의 금품수수 행위를 근본적으로 없애겠다는 판단아래 「체감사정」,즉 「아랫물 맑게하기」 차원에서 이번 수사에 나섰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 10월 엑스포행사 준비요원으로 파견된 공무원들이 각종 납품권 및 시설·전기공사 시공자 선정 등을 둘러싸고 업체간 과열경쟁이 빚어지자 이를 이용해 공공연히 뇌물을 요구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엑스포 행사가 열리고 있어 수사에 착수할 경우 자칫 행사 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수사 착수를 미뤄왔다는 것이다.
대검은 신정부 출범후의 비리행위를 엄단한다는 방침아래 지난해 2월이후 뇌물을 받은 공무원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신정부 출범전에 비교적 적은 돈을 받은 10명에 대해서는 과감히 불문에 부쳤다고 밝혔다. 자칫 「복지부동」의 공직사회 분위기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검찰은 그동안 공무원·기업체 간부 등을 포함,모두 2백여명을 조사했다. 그럼에도 중소업체외에 대기업 간부들은 처벌 대상에 들어 있지 않다.
물론 검찰은 정부가 엑스포 행사에 대한 예산이 적어 각종 공사를 대기업에 떠넘기는 바람에 적자 공사가 많았고 따라서 뇌물공여액수도 미미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조직위의 고위간부들의 처벌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해 애초부터 한계를 설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은 아울러 이번 수사의 초점이 엑스포의 조직·운영상의 비리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스스로 수사 대상을 특정했다고 시인하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이번 수사를 통해 중·하위 공직자들의 구조적 비리가 드러난 만큼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사를 맡았던 대검 중수부 박주선 부장검사는 『공직사회의 비리를 없애고 사정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공직사회에 대한 사정의 강화도 중요하지만 공무원들에게 돈을 주는 기업을 포함,국민전체의 의식개혁이 병행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손용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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