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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은 NO 기부금은 OK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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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03면

아기는 음악을 들어야 울음을 그치곤 했다. 결국 8살 때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등을 했다. 올해 서울 예원학교에 수석 입학한 임서현(13·사진)양의 얘기다. 서현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다섯 번이나 굵직한 국내외 음악콩쿠르에서 1등을 한 바이올린 영재다. 독주회도 벌써 두 번이나 열었다. 그런데 서현이의 독주회에는 그 흔한 꽃다발이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꽃다발은 사절’이기 때문이다.

‘나눔 독주회’ 여는 임서현양

대신 서현이는 관객들에게 즉석에서 기부금을 받는다. 지난해 31만원, 올해 39만원이 걷혔다. 서현이는 이 돈을 모두 아름다운재단에 기부금으로 전달했다.
서현이의 ‘나눔 독주회’ 기획자는 아버지 임정근(경희사이버대 부총장, NGO학과) 교수다. 임 교수는 아름다운재단과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왔고,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위·아·자’(위스타트·아름다운가게·자원봉사) 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학생들과 서울 휘경동에 아름다운가게를 직접 열어 수익금을 기부했다.
임 교수는 딸의 재능을 사회봉사에 결합시키기로 마음먹었다.

“클래식 음악은 특정 계층이 주로 즐기는 편이죠. 사회를 위한 음악, 같이 즐기는 음악, 벽이 없는 음악을 하게 만들어주고 싶었죠.”
다행히 서현이가 “좋은 일도 하고, 음악도 하자”는 아버지 뜻을 따라줬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노인정 등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한 적이 있어 봉사의 즐거움이 뭔지 이해하고 있었다.
“독주회를 계기로 서현이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더 성숙한 것 같아요. 사랑을 나눈다는 게 마음을 안정시킨 거죠. 그러니 무대에 서도 떨지 않게 되고…기부는 일방적으로 주는 게 아닙니다.”

서현이는 지난달 11일 있었던 나눔 독주회 직후 독일에서 열린 클로스터 쇤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5세 이하 그룹 1등을 했다. 전체 그룹 최고 연주자상도 받아 2관왕에 올랐다. 이 콩쿠르가 생긴 이래 최연소였다. 서현이의 바이올린 선율은 사랑이 실린 것이기에 더욱 아름다웠을 것이다.
서현이와 아버지 임 교수는 “주는 사람이 곧 받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현이는 나눔행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한다.
“독주회 때 친구들이 와서 많이 도와줬고 모금도 잘 해줬어요. 어른들은 ‘기부’ 하면 멈칫하고 생각하는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더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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