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라이벌 '페라리' 기술 정보 빼낸 '매클래런'…'훔쳐본 죄' 1억 달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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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인 F1(포뮬러 원)이 '스파이 스캔들'로 벌집 쑤신 듯 시끄럽다.

경쟁팀의 머신(경주용 차) 정보를 빼낸 팀에 거액의 벌금과 함께 팀 순위에서 제외하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은 14일(한국시간) 올 시즌 1위를 달리던 매클래런-메르세데스(영국)가 라이벌 페라리(이탈리아)의 머신 정보를 빼낸 혐의가 인정돼 1억 달러(약 933억원)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모터스포츠 사상 최다 벌금으로, 매클래런 1년 예산(2억9400만 달러)의 3분의 1이 넘는 액수다. 또 올 시즌 매클래런이 얻은 모든 점수를 박탈,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에서 축출했다.

FIA는 매클래런-메르세데스가 내년 시즌에 사용할 경주용 자동차에 대해 구체적인 내역도 제출하도록 했다. 페라리로부터 불법적으로 취득한 머신 정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다. 선두인 매클래런-메르세데스(181점)가 실격됨에 따라 2위였던 페라리(143점)가 1위로 올라섰고, 3위 BMW(86점)는 2위가 됐다.

그러나 현재 개인 순위에서 1, 2위를 달리는 매클래런-메르세데스 소속의 루키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영국)과 지난 시즌 챔피언 페르난도 알론소(스페인)의 점수는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

◆사건 개요=스파이 논란은 올 7월 매클래런의 수석 디자이너인 마이크 코글란의 집에서 페라리 머신에 대한 비밀 정보가 담긴 780쪽 분량의 문건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경찰 조사 결과 페라리에서 해고된 엔지니어 니겔 스테프니가 올 4월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매클래런 측에서 페라리 기술을 실전에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해명해 사건이 일단락 되는 듯했다. 그러자 페라리 측에서 격노했고, FIA는 "새 증거가 나오면 추후 징계를 논의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새로운 증거가 나타남에 따라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FIA가 e-메일과 통화내역을 조사한 결과 매클래런의 테스트 드라이버인 페드로 로사가 코글란.스테프니 등과 페라리에서 입수한 차량 정보를 교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F1이 뭐기에=2005년 한 해 연인원 5억8000만 명이 TV로 시청했고, 400만 명가량이 경기장(평균 관중 20만 명)을 찾았다. 이 같은 인기로 인해 참가팀은 연간 2500억원 이상을 운영비로 사용한다. 스폰서십 규모만 3조원에 이른다. F1은 드라이버 챔피언십과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으로 나뉜다. 드라이버 챔피언십이 개인전 성격인 데 비해 이번에 문제가 된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은 경주차 제작업체 간 팀 대항 경기다. 컨스트럭터는 드라이버들의 점수를 합해 순위를 매긴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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