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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SKY대학 출신 유명 학원강사 19명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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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유명 프랜차이즈 학원인 노량진 M학원 사회 강사 한모(37)씨는 지난해 1월 학원 측으로부터 최종학력 졸업증명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지방대를 졸업한 한씨는 인터넷 학위 위조 사이트를 찾았다. 한씨는 포털사이트 게시판에서 졸업증명서를 발급해 드린다는 광고문구를 보고 연락을 했다. 그는 열흘 만에 1998년도 서울대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 졸업증명서세 통을 퀵서비스를 통해 받을 수 있었다. 증명서 아래에는 서울대학교 교무처장 위조 직인이 찍혀 있었다.

J입시학원 국어 강사 배모(31)씨는 2004년 1월 인터넷 게시판에서 알게된 사람에게 위조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졸업증명서' 가 저장된 시디롬을 구했다. 이것만 있으면 프린터로 출력한 뒤 별도로 만들어 둔 고려대교무처장 직인을 찍기만 하면 졸업증명서를 대량으로 위조할 수도 있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소위SKY대학 가짜 학사학위로 서울 강남·노량진·노원 학원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강사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오광수)는 13일 명문대 가짜 졸업증명서를 직접 만들거나 구입해 사용한 혐의(사문서 위조 및 행사)로 서울 강남 도곡동 K수학학원장 김모(47)씨를 비롯한 학원강사 19명을 불구속기소했다.김씨는 연세대를 중퇴했지만 재학 당시 동창생들의 졸업증명서를 구해 이름·생년월일을 고치는 방법으로 졸업증명서를 냈다. 학원들이 강사를 채용할 때 졸업증명서를 제출받으면 이를확인하지 않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일부 강사는 자기 집에서 컬러복사기로 증명서를 위조했다. 서울 노원구H입시학원 국어 강사인 이모(37·여)씨는 서울대를 졸업한 고교 친구의 졸업증명서를 얻어 컴퓨터로 출력한 자신의 이름·생년월일을 오려 붙인 뒤컬러 복사하는 수법으로 가짜 졸업증명서를 직접 만들었다.

명문대 졸업증명서를 구하기 어려운 사람은 인터넷이나 생활정보지 광고에 나온 전문 학위위조 업자들에게 30만~200만원을 주고 가짜 졸업증명서를 구입하기도 했다. 영어 강사 허모(36)씨는 2003년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업자에게 30만원을 보내 주고 국제우편을 통해 고려대 가짜 졸업증명서를 받아 학원에 취업하는 데 사용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유명 입시학원들이 명문대 출신자를 선호하자 취업할 때 이력서에다 명문대졸로 기재한 뒤 나중에 허위 졸업증명서를 만들어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검찰은 이날 인터넷 광고를 보고 가짜 대학 졸업증명서와 토익성적표를 사들여 취업과 승진을 위해 사용한 회사원 김모(31)씨를 포함해 기업체 직장인 10명을 함께 불구속기소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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