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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주도 게임의 규칙 바꿀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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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계여성포럼 2007’ 총회가 13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개막됐다. 세계 20여 개국 70여 명의 인사가 참가한 이번 대회는 14일까지 21세기 여성들의 리더십을 주제로 다양한 세미나와 토론을 펼친다. [사진=김경빈 기자]

13일 서울 쉐라톤 호텔에서 개막총회를 연 '2007 세계여성포럼'은 세계가 직면한 글로벌 과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창조적 여성 리더십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MBC가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이번 포럼에서 전 세계 700여 명의 여성 리더는 "21세기에는 유연성과 포용성, 다양성과 협업 능력을 지닌 여성들이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배용(이화여대 총장) 조직위원장은 개회사에서 "미래를 바람직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완력이 아닌 밝고 따뜻한 여성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축사를 통해 "여성 잠재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그 나라의 경제력과 미래를 가늠하는 척도"라며 "평화로운 지구촌의 내일을 위해 여성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포럼에서는 '여성의 리더십과 성공의 재조명'이란 주제 아래 8개국 여성 장관들이 참가한 '여성의 미래와 굿거버넌스'를 비롯해 '세계 평화를 위한 여성의 역할' '여성과 IT' 등을 소주제로 8개의 세션이 열렸다.

전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여성 리더들이 모인 만큼 참석자들이 깊이 공감할 만한 말들이 쏟아졌다. 가장 주목을 끈 사람은 가난한 여성들에게 소액대출을 통해 자활의 길을 열어준 방글라데시의 무함마드 유누스(200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그라민은행 총재였다. 그는 "은행 돈의 대부분을 여성들에게 대출해 주자 다른 은행들이 '여성은행으로 이름을 바꾸라'고 했지만 나는 대출의 99%를 남성들에게 해주고 있는 다른 은행이 먼저 남성은행으로 이름을 바꾸라고 응수했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비샤카 데사이 아시아 소사이어티 회장은 개막총회에서 "이제까지 여성들은 남성이 주도하는 테이블에 끼어들려 했지만 이제는 테이블의 형태와 게임의 규칙을 바꿀 때"라며 "틀을 바꾸지 않으면 세상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여성 리더로 손꼽히는 양란(楊瀾) 양광문화재단 이사장은 "할머니는 전족을 풀어 자유를 얻었고 어머니는 대학 진학을 통해 새 세상을 얻었다"며 "여자라는 이유로 기죽지 말라는 말을 듣고 큰 우리 세대부터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포럼은 14일까지 계속되며 '인재 전쟁과 기업의 과제' '기업가 정신 고취를 위한 방안' '지식혁명과 여성 리더십' 등 3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특별연설과 분과세션, 폐막 만찬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moonk21@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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