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린 대령 “2인자는 1인자 영광 신경 쓰면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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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11호 우주인으로 1969년 닐 암스트롱에 이어 두 번째로 달에 발을 내디딘 버즈 올드린 예비역 대령(왼쪽에서 넷째)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재향군인회의 초청으로 한국전에 참전한 미 공군 에이스(ACE) 전투기 조종사 방문단의 일원으로 방한했다. 미 공군 ACE는 적기를 5대 이상 격추시킨 전투기 조종사를 의미한다. [사진=김성룡 기자]

“2인자는 1인자가 영광을 독차지하는 데 지나치게 신경 쓰면 곤란하다. 팀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재향군인회 초청으로 방한한 미국의 버즈 올드린(77) 예비역 대령은 12일 “2인자 역할에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로 닐 암스트롱에 이어 두 번째로 달을 밟았다. 그는 최초의 달 착륙 우주인이 되기 위해 암스트롱과 다퉜다는 소문에 대해 “프로젝트를 지휘했던 암스트롱이 먼저 달을 밟은 것은 당연하다”며 부인했다. 그는 암스트롱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강연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낼 때도 우주 탐사 업무에 매진했다. 인터뷰는 12일 오후 그가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1시간여 동안 인천공항에서 이뤄졌다.

 올드린은 “한국인 우주인을 직접 만나 우주인의 사명과 역할에 대해 얘기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첫 한국인 우주인이 될 고산씨나 우주인 후보 이소연씨를 미국 휴스턴의 우주센터나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만나는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두 사람이 한국의 우주탐사 활동을 짊어지고 있다”며 내년 4월 고씨가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탐사하기 전에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우주인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던 그는 72년 은퇴 후 술과 우울증에 빠져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부인의 도움으로 극복했다. 이때 자서전 『지구로의 귀환』을 썼다.

 F-86 전투기 조종사였던 올드린은 한국전에 참전, 66번 출격해 북한 측 미그-15 전투기 두 대를 격추하는 전과를 올렸다. 69년에도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들과 함께 방한했다. 그는 “참전 용사로서 한국의 발전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hongj@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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