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골프>9.연장전만 가면 기부터 죽는 사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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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골프의 묘미도 극적인 역전승에 있다.
그것도 연장전에서의 짜릿한 역전극은 갤러리들을 더욱 즐겁게 한다. 반면 선수들에게는 연장전이란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게임이다. 역전승을 거둔 선수에게는 천당이겠지만 다 잡았던 타이틀을 놓친 골퍼는 그야말로 지옥이다.
특히 골프는 연장전을 보통 서든데스 플레이오프(매홀에서 승부를 가림)로 치르기 때문에 그야말로 골퍼에게는 한타 한타가 피를 말리는 고통이다.
지난17일 남서울CC에서 끝난 94아시아투어겸 매경오픈대회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첫날 2오버파로 부진,정상권에서 멀어진 것으로 보였던 金鍾德(33.아스트라)이 예상을 깨고 기라성같은 국내.외 골퍼들을 제치고 정상을 차지한 것.
라운드마다 2타씩 줄여 4라운드합계 4언더파 2백84타로 마이크 체터(미국),짐 루트리지(캐나다)등과 동타를 이룬 金은 연장 두번째홀에서 파를 잡아 극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다.
서든데스의 가장 긴 기록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14번째홀에서 결판난 것이다.
호주의 피터톰슨은 63년 일본에서 벌어진 던롭국제대회에서 같은 나라의 그레이엄 마시와 동타를 기록, 연장전에 들어가 주최측이 정한 2개홀을 일곱번 왕복한 끝에 힘겹게 우승했다.
미국의 유명한 골퍼인 크레이그 우드는 그랜드슬램대회 플레이오프에서 연속 연장전에서 패한 진기한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우드는 지난33년 영국오픈에서 데니 슈트에게 진 이후 34년미국 PGA선수권에서는 제자 폴 라이언에게,35년 마스터스에서는 15번홀에서 기적적인 앨버트로스를 기록한 진 사라젠 등에게연장전에서 연거푸 졌다.
그리고 미국오픈에서는 데니스 슈라드.바이런 넵슨과 동타를 이뤄 각각 연장전끝에 물러나고 말았다.
연장전에 징크스를 갖고있던 우드는 마침내 41년 마스터스와 미국오픈에서 연장전 없이 우승, 메이저 타이틀리스트 대열에 올랐다. 〈林秉太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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