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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혁에 박차 가할 때(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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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1분기중 실질경제성장이 8%에 이를 정도로 회복세가 확장되고,물가도 안정세가 정착돼 전반적으로 푸른 신호가 커져 있다. 국제수지가 적자를 보이고,외국인 주식매입자금의 유입세가 주춤한 것도 해외부문에서 통화관리의 짐을 덜어주는 요인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산업동향은 투자·생산 및 기계수주와 수입허가가 급증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경제기획원의 실무당국자도 현재까지의 지표를 종합해 볼 때 1분기중의 실질성장은 8%를 넘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다소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지나친 과신감이 자칫 경기과열 논쟁으로 비화될 것이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기가 지난해보다 호전됐다는 더 좋은 증거는 올들어 1분기중의 세수실적이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24%나 늘어난데서도 잘 나타난다. 특히 법인세의 징수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30%나 늘어나고 있어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활발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면 별 문제가 없는 것인가. 언뜻 보기에 그렇지 않느냐고 반문하기가 쉽겠지만 피상적인 경기확대가 오히려 체질강화 노력을 뒷전으로 밀리게 하는 효과도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현재의 경기회복은 우리의 경쟁력강화 노력이 차곡차곡 쌓여 그 효력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엔고와 같은 외부상황의 변화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정부나,기업이나,가계나 모두 상황이 어려워져야 어떻게든 돌파구를 열기 위해 합리화도 하고 자구노력도 기울이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가 회복된다는 사실을 매우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얼마전에 경험했던 3저 호황뒤의 낭패를 또 저지르게 될 것이다. 이번에 제대로 추슬러놓지 못하면 내년부터 이어지는 정치시즌에 경제는 걷잡을 수없이 혼란에 빠질지 모른다.
일부 낙관론자들은 개방이 되었기 때문에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별 수 있겠느냐고 단순하게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정부정책과 경기양상 그 자체가 보여주는 양극화현상을 단순한 구조조정으로 단정하기에는 이르고,오히려 후유증이 염려될 정도다. 규제완화·민영화 및 구조조정 등 일련의 개혁정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대적 균형을 흔들고 있으나 이같은 변화가 합리적인 협력관계로 발전하고 있는 증거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국제화시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튼튼한 시장경제를 키워야 하고,그러자면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원칙이 분명해야 경제적 합리성이 추구된다. 정부는 경기활성화와 물가안정이라는 당면한 짐에서 벗어난 지금이야말로 시장경제 육성을 위해 정부 스스로 경쟁촉진과 체질개선 노력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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