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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오페라에서 길을 찾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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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6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아시아의 전통’ 공연을 보기위해 관객들이 객석에서 기다리고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지난 6일 오후 대구시 칠성2가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로비엔 활기가 넘쳤다. 정장 차림의 남성과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로 북적댔다. 이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며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꼬박 1년간 오페라 무대를 기다려온 사람들이다. 오후 7시30분 ‘아시아의 전통’ 공연으로 ‘2007 대구 국제오페라축제’의 막이 올랐다. 다음달 20일까지 계속되는 오페라축제엔 한국·이탈리아·일본의 합작인 ‘나비부인’ ‘무영탑’ ‘라 트라비아타’ 등 모두 8편이 출품된다.

국제오페라축제는 2003년 이후 5년째 이어지고 있다. 해를 더할수록 관람객이 늘고, 출품작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아직은 대구시의 오페라 육성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민이 적지 않다. 일부는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오페라·뮤지컬을 산업으로 키운다”=대구시의 생각은 다르다. 섬유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이를 대체할 21세기형 산업이 ‘문화’라는 것이다. 시는 오페라와 뮤지컬이 대구를 이끌 중요한 문화산업으로 꼽고 있다.

오페라산업 키우기의 직접적인 계기는 2003년 8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완공되면서다. 이는 삼성그룹이 1996년 제일모직 대구공장을 구미로 옮기면서 그 터에 500여 억 원을 들여 지은 전국 최초의 오페라 전용극장이다. 시는 이 시설의 준공과 함께 오페라축제를 시작했다.

시민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오페라 전용극장에서 새로운 장르의 공연을 감상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오페라축제가 열리면 관람객의 10% 정도는 서울·부산 등 전국에서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래서 네 차례 열린 오페라축제의 평균 객석 점유율은 88%(유료 관객은 73%)에 이른다.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기록이라는 것이다.

오페라와 뮤지컬 기획사가 속속 생겨나고 대구에서 만든 작품도 무대에 오르고 있다. 특히 올해 초 대구지역 극단이 제작한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는 전국 투어에 이어 중국 공연까지 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출연자들의 의상을 만들고, 무대를 꾸미고, 전기·조명시설을 하는 업체도 호황이다. ㈜예술기획 성우와 파워엔터테인먼트㈜ 등 대구의 주요 공연 기획사들은 최근 3년간 매출액이 각각 최고 50%까지 늘었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10여 개의 공연 기획업체가 새로 생겼다.

공연 전문가들은 대구의 오페라·뮤지컬 시장 규모가 연간 1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배성혁(43) 예술기획 성우 대표는 “뮤지컬·오페라의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산업’으로 발전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대구 국제오페라축제는 지난해 전국의 11개 음악 관련 행사(음악회 포함)를 대상으로 한 문화관광부의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문광부의 지원금도 지난해 2억 원에서 올해 6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진훈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단일 장르인 오페라를 주제로 축제를 여는 곳은 아시아에서 대구가 유일하다”며 “지금은 기초를 다지는 시기지만 머지 않아 음악·미술·의상·무용 등의 분야가 활성화되면 명실상부한 ‘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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