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미국대선] 어머니처럼 … 공주처럼 … 내조 경쟁도 뜨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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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주 예비선거를 앞두고 미 대선후보 경선자들의 부인들이 적극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1992년 미 대선 때의 경우 민주당의 빌 클린턴 아칸소 주지사는 "하나를 사면 다른 하나는 공짜"(Buy one, get one)라고 선전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예일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1백대 변호사인 힐러리를 공짜로 얻는다는 것이다. 힐러리는 민주당 경선 때는 물론 공화당 조지 부시(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대통령과 맞붙은 본선에서도 맹활약해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들어'냈다.

미 대선 후보 경선에서 부인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60년 재클린 케네디는 마지못해 남편의 선거운동에 참여했지만 이젠 시대가 변했다.

◆수녀형(주디 딘.50)=뉴햄프셔 예비선거를 하루 앞둔 26일, 맨체스터 시청 옆 팰리스 극장에서 열린 '하워드 딘 지지대회'엔 치렁치렁한 생머리에 평범한 푸른색 카디건과 검은색 바지 차림의 주디 딘이 나타났다. 너무나 수수해 프린스턴 의대를 졸업한 엘리트 의사에다 남편이 12년간 주지사를 지낸 뒤 대선 후보로 출마한 정치인의 아내 같은 느낌이 전혀 없다.

"미국 정치사에서 남편 선거에 이처럼 개입하지 않은 사례도 처음일 것"이라는 게 볼티모어 선지의 평가다.

남편의 주지사 당선 파티에 두번이나 불참했고 지난 19일 남편이 아이오와 당원대회가 끝난 뒤 '광란의 연설'을 했다는 사실도 '집에 유선TV가 없고, TV 보는 걸 좋아하지 않아' 21일까지 몰랐다고 한다.

딘 전 주지사는 "주디에게는 환자가 있고, 그녀의 삶이 있다. 날 위해 그걸 희생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면서 부인을 적극 변호하고 있다. 하지만 주디는 남편의 지지도가 폭락하자 ABC방송의 다이앤 소여와의 인터뷰에서 "딘은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며 변호했고, 지지 집회에 모습을 나타내는 등 결국 정치판으로 끌려나왔다.

◆공주형(테레사 하인즈 케리.65)=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이자 케첩 회사 상속자인 첫 남편 하인즈가 91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자 다섯살 연하인 존 케리 상원의원과 재혼했다.

전 남편에게서 5억달러를 상속받았고, 자산이 12억달러인 하인즈 자선단체도 운영 중인데 '직업이 상원의원 부인'이라는 비웃음도 산다. 포르투갈 의사의 딸로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태어났다. 남아프리카와 스위스 제네바에서 대학을 나와 5개국어를 구사하고 유엔에서 통역사로도 일했다.

그녀는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와의 인터뷰에서 "부시 정권은 내가 32년간 워싱턴에 살면서 목격한 가장 마키아벨리적인 정권"이라고 독설을 퍼붓고 "민주당 후보가 9명이나 난립해 토론하는 건 시간 낭비"라고 빈정거릴 정도로 정치적이다.

케리 상원의원과는 92년 브라질 환경단체 집회에서 만나 95년 결혼했는데, 얼굴 주름살을 펴는 보톡스 주사를 맞았다고 공개하고, 결혼 전 남편과 관계를 맺었다고 거리낌없이 밝히기도 했다.

◆어머니형(엘리자베스 에드워즈.54)=남편 에드워즈 상원의원보다 네살 연상이고 "힐러리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직 변호사이며 날마다 남편의 작전회의에 함께 참석한다고 한다. 엘리자베스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아, 저기 에드워즈가 어머니와 함께 간다'고 말하는 걸 듣기 싫다"면서 머리를 갈색으로 염색한 사실을 고백하기도 했다.

◆다른 후보 부인들=흑인인 앨 샤프턴 목사의 부인 캐시는 나이와 학력이 공개되지 않았다. 선거운동에도 거의 모습을 나타낸 적이 없다. 전설적인 흑인 영가 가수였던 제임스 브라운의 백코러스였다고 한다.

데니스 쿠치니치(오하이오) 하원의원은 두번 이혼해 현재 부인이 없다. 그는 "미래의 퍼스트 레이디를 구한다"면서 부인 구인광고를 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 리버먼(코네티컷)상원의원의 부인 하데사 리버먼(55)은 체코 프라하에서 출생했고, 전업주부다.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사령관은 인터뷰에서 부인 저트 클라크를 뉴욕에서 댄스를 하다 만났다고 말했다.

뉴햄프셔주 맨체스터=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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