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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 "스탠딩 콘서트 온 것 같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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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인지, 콘서트장인지 헷갈렸다. 지난 25일 막이 오른 뮤지컬'맘마미아'의 커튼콜은 색달랐다. 점잔을 빼며 박수만 치는 관객은 없었다. 1층부터 4층까지 꽉 들어찬 관객은 약속이나 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터져나오는 앙코르송 '맘마미아(Mammamia)' '댄싱퀸(Dancing Queen)' '워털루(Waterloo)'와 함께 마구 몸을 흔들었다. 넥타이를 맨 신사나 드레스를 빼입은 숙녀. 누구 하나 예외가 없었다.

40~60대는 추억 속의 '고고장'으로 달려갔고, 젊은층은 '홍대 앞 클럽'에라도 온 듯했다. 간간이 보이는 외국인 관객은 팔을 앞으로 쭉쭉 뻗으면서 배우들의 춤까지 일일이 따라했다. 예술의전당 홍보담당 서현숙씨는 "그동안 숱한 공연을 올렸지만, 4층까지 관객이 기립하는 무대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바로 1970년대 국내에서 '비틀스'와 맞먹는 인기를 누렸던 스웨덴의 4인조 혼성그룹'아바(ABBA)'의 힘이었다. '맘마미아'는 아바의 노래 중 22곡을 골라 스토리를 입힌 뮤지컬이다. 2시간20분 내내 흘러나오는 '추억 속의 팝송'은 관객의 엉덩이를 끊임없이 들썩이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스토리의 맛이 떨어지지도 않았다. '맘마미아'는 결혼을 앞둔 스무살의 소피가 미혼모인 엄마 몰래 아버지로 추정되는 세명의 남자를 초청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이 큰 줄거리다. 이 와중에 소피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여기서 아바의 노래는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스토리와 맞물렸다.

또 강약을 아는 배우들의 가창력은 아바의 노래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박해미(도나역), 섹시한 전수경(타냐역), 코믹한 이경미(로지역) 등 '댄싱퀸 트리오'는 순식간에 관객을 '30년 전, 그 때 그 시절'로 돌려놓았다.

'치키티타(Chiquitita)'와 '수퍼 트루퍼(Super Trouper)'를 부를 땐 무대가 폭발했고, 딸의 머리를 빗으며 도나가 부르는 '슬리핑 스루 마이 핑거스(Slipping through my fingers)'에선 밀물 같은 애잔함이 객석까지 밀려왔다.

우리말로 바꾼 가사도 어색하지 않았다. 원곡의 메시지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촌스럽지' 않았다. 첫날 공연을 본 음악평론가 송기철씨는 "가사를 바꾸면서도 아바의 노래를 80% 이상 되살려 냈다"며 "또 다른 맛을 낼 만큼 개사 작업은 성공적"이라고 평했다.

무려 1백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초대형 공연인 만큼 무대 장치도 탄탄했다. 에게해를 상징하는 푸른 배경과 조명을 받아 희게 보이는 세트(원래는 베이지색)의 궁합은 상큼했다. '블루&화이트'가 빚어내는 특유의 산뜻함과 경쾌함은 뮤지컬 전체를 관통하는 색상이었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첫날 공연에선 배우들의 움직임이 다소 뻣뻣했다. "프리뷰 때보다 본공연에서 오히려 불필요한 힘이 들어갔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배우들이 새겨들을 대목이다. '실전은 연습처럼'이란 격언은 여기서도 유효했다.

또 스피커 설치 공간을 확보하느라 무대 꼭대기로 밀려난 영어 자막은 외국인 관객을 불편하게 했다. 고개를 들어 자막을 읽다 보면 장면을 놓치기 일쑤였다. 작품이 탄탄할수록 작은 흠이 더 크게 보이기 때문일까. 예술의전당서 4월 18일까지, 02-580-1300.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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