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죽어가는 아프리카 차드호 40년간 수면의 93% 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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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APEC 정상들과 반기문 유엔총장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9일 폐막한 APEC 정상회의는 정상선언과 별도로 '기후변화, 에너지안보, 청정개발을 위한 시드니선언'을 채택했다. 이 특별성명에서 21개 회원국 정상은 지구 온난화에 대비해 에너지 효율 향상과 대대적인 숲 복원 등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앞서 7일(현지시간) 반 총장은 기후 변화에 따라 수량이 확 줄어들면서 환경 재앙을 당하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 중북부의 차드호를 찾았다. 프랑스군 헬기를 타고 호수를 돌아본 반 총장은 "지구 온난화 문제를 잘못 다루면 인류의 자산인 수자원이 얼마나 쉽게 망가질 수 있는지를 똑똑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유엔의 양대 과제는 분쟁과 기후 변화의 방지=수단 다르푸르 사태 해결을 위해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 중인 반 총장은 "이달 24일 시작되는 지구 온난화 관련 유엔 고위급 회담에 앞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확인하려고 이곳에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르푸르 사태를 비롯한 아프리카 분쟁 해결과 함께 기후 변화 방지를 양대 숙원사업으로 삼고 있다.

그가 둘러본 차드호는 차드 수도 은자메나에서 100㎞ 떨어져 있으며,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1963년에는 한반도의 9분의 1(2만5000㎢)만 했으나 2004년에는 불과 1600㎢로 93%가 사라졌다. 광활한 대호수는 사라지고, 이날 반 총장 일행의 눈앞에는 물이 마르다 남은 자그마한 물구덩이들만 군데군데 펼쳐져 있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차드호에서 식수.농업용수를 얻어오던 인근 주민 200만 명은 수량 감소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고기잡이로 연명해온 수십만 명의 어부 가족도 생계가 막연하다.

이에 차드.카메룬을 비롯한 주변 4개국은 물 낭비를 줄이고, 사막화 방지를 위해 주변 지역에 나무와 풀을 대대적으로 심어 왔다. 그 덕분에 2004년 1600㎢까지 줄었던 호수가 2007년에는 2600㎢로 일부 회복됐으나 아직은 역부족이다.

◆APEC 차원의 기후 변화 방지 노력=APEC 정상들은 먼저 2030년까지 '에너지 집적도'를 2005년보다 25% 낮추기로 했다. 에너지 집적도는 1000달러의 국내총생산(GDP)에 투입되는 에너지 양으로 '에너지원 단위'로도 불린다. 이를 25% 낮춘다는 것은 같은 가치의 상품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를 그만큼 줄이겠다는 뜻이다.

또 2020년까지 21개 회원국 지역에서 2000만 ha 이상의 숲을 복원키로 했다. 이 정도 숲이면 2004년 전 세계에서 배출한 탄소의 약 11%에 해당하는 14억t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전체 회원국의 합의와 자발적인 행동이 전제돼야 한다'는 APEC 원칙에 따라 구속력은 없다.

이번 선언에 대해 AP통신은 "세계 최대의 공해 발생국인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함께 공동의 목표에 합의하고 협력하기로 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보도했다.

은자메나(차드)=남정호 특파원, 서울=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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