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의 복안/최소보각으로 「항명」 응징 부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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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요일 외식도… 여유 보이며 소폭 암시/총리경질 비판여론 서둘러 진화뜻도
김영삼대통령의 구상은 이영덕 총리내정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가결되면 공석인 통일부총리자리나 서둘러 메우려는게 아닌가 싶다.
이회창총리의 경질이 계산된 수순이 아니었던 만큼 개각에 대한 어떤 플랜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자칫 시간을 끌다가는 「이회창 파동」에 대한 비판여론이나 부추기게 된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이회창총리의 전격경질이 「항명」에 대한 응징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도 폭을 최소한으로 하는게 낫다는 판단을 했음직도 하다.
한마디로 총리경질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 등 돌아가는 상황이 불리하게 돼 있다는 인식이 「땜질」 처방으로 나가게 하는 듯하다.
통일부총리외에 한두명을 「손보는」 정도는 충분히 예상되지만 어쨌든 최소한의 보각으로 사태를 수습하려는게 김 대통령의 복안인 것 같다.
○…김 대통령의 24일 동정은 그러한 의도를 물씬 풍기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일요일인 이날 점심때 부인 손명순여사와 네 손자·손녀들과 은평구에 있는 한 설렁탕집에 들러 설렁탕을 즐겼다.
이날의 외식일정은 갑작스레 이루어졌기 때문에 박상범 경호실장과 김기수 수행실장 정도만 수행했다.
설렁탕집에서 다른 손님들과 환담을 나눈 김 대통령은 청와대로 돌아오는 길에 「효자동 사랑방」에 들러 청와대 관광객들과 악수를 나누고 이들과 잠시 홍보영화까지 관람하는 여유를 보였다.
김 대통령의 이날 움직임은 「세상이 이회창파동으로 시끄럽지만 자신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의사표시로도 볼 수 있다.
본격적인 개각을 하려면 많은 시간을 갖고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고 사전 스크린 등으로 분주하게 마련인데 일부러 청와대를 벗어났다는 것은 별 작업이 필요없다는 몸짓이기도 한 것이다.
○…실제 김 대통령은 개각 등 주요 인사때면 활용하게 마련인 민정비서실에 아무런 지시도 않아 소폭의 보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취임후 한때 보안을 이유로 민정비서실의 도움없이 전격적인 발탁을 했다가 부적격 사항들이 언론에 뒤늦게 보도되어 애를 먹은 이후로는 민정팀의 검증을 받아온 김 대통령이다.
특히 재산공개가 의무화된 이후부터 모든 인사에 앞서 민정팀의 인사자료를 챙겨왔는데 이번에는 별다른 지시를 않고 있다.
○…청와대의 관심은 개각보다 민주당이 과연 총리임명동의안을 25일중 처리해줄 것이냐에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방미성과가 전혀 없어 고심하던 이기택 민주당 대표가 마침 호재를 만나 일정을 앞당겨 귀국하는 만큼 녹녹하게 나오지는 않을게 확실하다며 걱정이다.
청와대는 『인준은 국회가 알아서 하는게 아니냐』며 일체의 언급을 삼가고 있다.
사태가 악화되어 개각폭이 불가피하게 늘어날 경우를 예상해 업무에 소극적이거나 줏대없는 정책추진,엉거주춤한 사태대응으로 물의를 확대시킨 일부 각료의 「후임자」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는 등 대비를 하고 있다.
통일부총리 후임에는 이홍구 평통수석부의장·이상우 서강대 교수 등이 거론되는데 이 부의장은 6공때 통일원장관을 지낸게 강점이자 약점이며,이 교수는 현 정부 출범때 안기부장 지명사실을 몇시간도 안돼 누설,「입」에 문제가 있다는 등 이런저런 얘기들이 심심치 않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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