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건강법] 코미디언 백남봉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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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코미디언 백남봉(본명 박두식)씨는 호적 나이는 69세지만 건강 나이는 ‘58년 개띠’다. 얼굴 피부 톤이나 허리 사이즈·어깨와 다리 근육이 실제 나이보다 20년은 젊게 보인다. “‘보톡스 맞았느냐’는 주변의 시샘 어린 질문도 가끔 받는다”는 말에 수긍이 간다. 그가 젊은 오빠가 된 비결은 보톡스가 아니라 자전거와 웃음이다. 자전거와의 만남은 13년 전 비만·당뇨병·좌골 신경통·관절염이 함께 밀려오면서 시작됐다. 그에게도 비만의 시기가 있었다. 담배를 끊으면서 체중이 58㎏에서 80㎏(키 167㎝)으로 갑자기 불어난 것이다. 금세 당뇨병이 뒤따라왔고 관절에도 문제가 생겼다.

 처음엔 음식 조절·당뇨약 복용으로 대처했으나 얼굴이 너무 꺼칠해져서 방송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됐다.

  “TV에서 저를 본 시청자가 ‘저 사람 어떻게 저 지경이 됐어’라고 먼저 생각한다면 무슨 코미디가 되겠어요.” 그래서 자전거계의 ‘지존’으로 불리는 통기타 가수 김세환씨의 권유를 받아들여 자전거와 첫 인연을 맺었다. 이때부터 지난해 큰 부상을 입기 전까지 매주 서너 번 한 번에 40여㎞를 내달렸다.

  “요즘은 일주일에 두세 번, 한번에 25㎞ 정도로 운동량을 줄이고 대신 당뇨약을 복용하고 있어요.” 덕분에 현재 72㎏의 체중과 100∼140 사이의 공복 혈당을 유지하고 있다. 근육의 질이 달라지고 밥맛도 좋아졌으며, 전립선염이 치료되고, 허리 통증도 사라졌다는 게 그의 자전거 예찬론.
 이보다 행복한 사실은 자전거를 탄 뒤 삶이 더 활기차고 바빠졌다는 것. 백씨가 내민 이달 일정표엔 20일까지 11건의 공연 등 스케줄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자전거를 타면서 부상의 시련도 있었다. 1999년엔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에서 바위에 걸려 3m나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갈비뼈 3대가 부러졌다. 지난해 봄엔 영동대교 아래에서 앞서 가려던 동료와 엉켜 넘어져 왼쪽 어깨 빗장뼈가 다섯 조각났다. 철심을 박고 10일간 병원 신세를 졌고, 8개월간 자전거와 헤어져야 했다.

 “부상에서 일어나자마자 다시 자전거에 올라 탔습니다. 어휴, 정말 내가 못 말려요….”

  자전거 운동에 막 입문하려는 사람에겐 이런 충고를 들려주고 싶단다. “절대 무리하면 안돼요. 기어는 6, 7단까지만 놓고 속도는 시속 20∼25㎞ 이상 올리지 않는 것이 좋아요. 이보다 가속하면 혀가 2m는 앞으로 나올 겁니다. ”

  사이클 국가대표선수마냥 그는 멋도 잔뜩 부렸다. 자전거 전용 복장에 두건·헬멧 등이 그와 잘 어울려 보였다. 배낭도 등에 멨다.

  배낭 안엔 비옷, 바람 빠진 타이어,간단한 수리 장비, 긴 팔 옷이 들어 있었다. 이들은 그가 뒤로 넘어졌을 때 머리 보호용 쿠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는 최근 국민생활체육협의회로부터 ‘생활체육 홍보대사’로 위촉 받았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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