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최초 우주인’ 놓쳤지만 ‘최고 우주인’자리는 내 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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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 최초의 우주인’ 자리를 놓쳐 안타깝지만 ‘한국 최고의 우주인’ 자리는 제가 차지하겠습니다”

우주인 최종 선발과정에서 아깝게 고배를 들었던 이소연(29·한국항공우주연구원·사진)씨는 의외로 담담했다. 상황에 따라 현명하게 목표를 수정하는 것에서 젊음과 건강함이 느껴졌다.

5일 발표가 난 뒤 아쉬움에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는 그는 이제 평정심을 되찾고 현지에서 ‘예비 우주인 훈련’을 받고 있다. 이씨를 7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내년 4월 우주로 올라갈 수 있게 되길 정말 간절히 바랬는데 예비우주인으로 남게 돼 아쉽다. 최초의 한국인 우주인이 되려던 꿈은 무산됐지만 우주 개발을 위해 기여할 기회는 여전히 있다고 봅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나 러시아에서는 젊은 과학자들을 선발해 이씨가 지금 받아온 훈련을 시킨 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연구하는 기회를 주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씨는 세계 최초 여성 우주인으로서 러시아 사람들의 영웅인 발렌티나 테레시코바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어릴 적부터 키워왔다. 그리고 러시아 현지에서 직접 만나기도 했다.

이씨는 “축구 경기에서도 어시스트가 훌륭해야 골이 만들어지듯 예비우주인의 역할도 대단히 중요하다” 며 탈락의 아쉬움을 달랬다. 이씨는 고산씨가 우주로 올라가게 되면 러시아 현지에서 지상 통신 지원 업무를 맡게된다.

그는 지난달 일시 귀국했을 때 우주인 훈련 때문에 미뤄뒀던 박사학위 청구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우주인 후보에 응모할 당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시스템공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이제 최종 논문 제출만 남은 상태다. 큰 문제가 없다면 내년 2월 박사학위를 받는다.

그는 “고산씨는 지난해 우주인 후보 선발 때부터 동고동락한 동료이자 든든한 ‘오빠’ 같은 존재”라며 “우주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쳐 한국 젊은이의 기상과 실력을 세계에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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