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 마지막 장편 "최초의 인간"-출판되자 佛독서계 新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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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부조리」와 「반항」의 지식인 알베르 카뮈의 미공개 소설『최초의 인간』이 그의 死後 34년만에 파리에서 출간됐다.1960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타계할 당시 그가 타고 있던 자동차 안에서 발견된 친필원고를 30여년만에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가 장편소설로 펴냈다.3백36쪽분량의 이 소설은 지난13일 시판에 들어가 1주일만에 소설부문 베스트셀러로 날개를 달면서 프랑스 독서계에 「카뮈新風」을 일으키고 있다.
『이방인』(1942),『페스트』(1947),『전락』(1956)에 이어 카뮈의 네번째이면서 마지막 장편소설이 된 이 작품은불우했던 자신의 유년시절을 그린 자전적 소설.
자신이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알제리 빈민가에 얽힌 기억의 실타래를 소름끼칠 정도의 솔직함으로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죽기전 그가 소설 『최초의 인간』을 집필하고 있었다는 사실은잘 알려져있다.스스로 일기등을 통해 집필 사실을 밝힌 바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그는 마흔일곱의 한창 나이로 목숨을 잃었고,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서진 자동차안에서 발견된 그의 원고가방은 반쯤 불에 타 있었다.
그동안 원고를 보관해 온 사람은 딸 카트린 카뮈(49.변호사).그녀가 이제서야 원고를 정리해 책으로 펴낸 것은 무엇보다도선친에 대한 예의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친이 살아있다면 크게 바뀔지도 모를 내용을 초고상태로 출판하는 건 온당치 않다고 판단했던 것.공산주의와 결별한 이후 그에게 쏟아진 진보적 지식인그룹의 적대감도 출간을 늦추는 요인이됐다. 이 소설에서 카뮈는 자크란 3인칭 인물로 묘사돼 있다.
그를 둘러싼 인물들,예컨대 외할머니.어머니.학교선생님등도 이름만 바뀌었지 모두 실제 인물들이다.
1913년 어느 비오는 날 밤,이륜마차에 탄 한 남자가 만삭인 아내를 끌고 알제리의 험한 길을 달려 조그마한 집에 도착하는 걸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남자가 말을 타고 의사를 부르러 간 사이 여자는 혼자 아이를 낳고,아이는 자크란 이름을 갖게 된다.아버지는 돌도 채 지나지 않은 자크를 남겨둔채 프랑스군에징집돼 동부전선에서 전사하고,아이는 엄격하고 권위주의적인 외할머니와 어머니 밑에서 가난에 찌든 유년시절을 보내게 된다.
『최초의 인간』에는 카뮈 특유의 절제력있고 간결한 문체가 살아있다고 평론가들은 말하고 있다.감정이 최대한 억제돼 있고,사물을 보는 냉정한 거리가 일관되게 유지돼 있다는 것.또 초고 상태로 출간된 만큼 가식없는 진솔함이 더없는 덕성 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중해의 작열하는 태양과 흐드러진 올리브나무를 보며 자란 한식민지 소년.그 소년이 장차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로,실존주의 지식인으로 우뚝 서게된 정신적 母胎를 이 소설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裵明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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