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유럽에 부는 냉전이후 안보공백 메운다-평화동반자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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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냉전시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대결과 불신의 불연속선을 깊게 드리워왔던 東西유럽과 러시아간에 새로운 군사협력 시대가 열리고 있다.
냉전체제 붕괴이후 안보공백을 메우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평화동반자관계(Partnership For Peace)가 지난1월 나토 정상회담에서 승인된데 이어 舊바르샤바조약기구(WTO)소속 국가및 신생독립국등 11개국도 이에 서 명했다.
일부 동유럽권 국가들은 군사협력의 최고수준인 합동군사훈련을 나토와 함께 할 계획도 마련해 놓고 있다.냉전시대엔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東西군사협력의 질서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PFP에 가입한 나라는 폴란드.루마니아.헝가리.불가리아.체코.슬로바키아.알바니아등 舊동유럽권국가와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우크라이나등 舊소련출신 신생국이다.
WTO의 맹주 러시아는 PFP가입을 기정사실화했다가 최근 두차례에 걸친 나토의 세르비아系 공습이후 가입취소를 시사하는 발언을 잇따라 하고 있어 가입여부는 아직 유동적이다.
PFP가 군사기구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은 느슨하나마 회원국의군사협력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PFP는 나토나 WTO처럼 강력한 집단방위체제는 아니지만 가입국간 군사협력을 명시하고 있어 안보의 공백상태를 메우는 과도기적 체제로서 나름대로 비중을 갖는다.
2차대전후 나토와 WTO가 팽팽히 대립해왔던 유럽대륙에는 91년 7월1일 WTO 해체로 군사적 불균형 상황이 펼쳐졌다.
당시 WTO지역 국가들은 저마다 민주화 개혁.시장경제로의 전환에 전력을 기울여야 했고 군사적 위협은 크게 대두되지 않았기때문에 안보문제를 소홀히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의 러시아 유혈사태와 연말 총선에서 大러시아 건설을 부르짖는 극우민족주의세력의 급부상으로 이들 국가들은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거기에 리투아니아의 나토 가입신청때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특별성명을 발표하면서까지 나토의 세력확장을 반대하는 바람에「大슬라브주의」에 대한 동유럽권 국가의 위기의식은 더욱 높아졌다. PFP는 바로 이러한 긴장국면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의 제안으로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을「느슨한 형태」의 집단안보체제로 묶어두자는 빌 클린턴 美대통령의 제안이 1월10일 나토정상회담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것이다.나토가입을 추진해오던 舊소련 위성국가들은 처음에는 PFP에 회의적이었으나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어 이를 수용할 수밖에없었다. 이를 거부하고 계속 나토가입을 고집한다면「나토가입을 결사반대」하는 입장이던 러시아와 긴장관계에 빠질 수밖에 없었기때문이다.이로써 한때 나토와 적대관계에 있었던 WTO지역의 국가들은 이제는 외형상으로 나토와 한 배를 타게됐다.
PFP에 참여하는 국가는 이들 나라가 영토,정치적 독립,안보에 대한 위협을 받을 경우「나토조약 4조」에 따라 나토와 이 문제에 대해 협의 할 기회를 갖게 된다.또 참가 국가들은 나토와 국방예산 편성,안보정책 수립과 군사훈련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가질 수 있게 되며 나아가 군사협력의 최고형태인 합동훈련을 통해 나토와 실질적인 군사협력을 할 수도 있다.
6월부터 시작되는 나토와 PFP국가간의 합동훈련을 계기로 쌍방간의 동반자관계가 본격 가동하게 된다.
합동훈련은 나토와 PFP가입국간의 군사협력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게 관련국들의 평가다.그러나 PFP는「불완전한 과도체제」라는 것이 가입국가들의 솔직한 인식이다.이 계획의 출발이 군사적 고려보다 정치적 고 려에 더 크게 기울었기 때문이다.
우선 당사자인 동유럽및 舊소련출신 신생독립국들은 평화동반자계획이 자국의 안보를 확고히 보장해주는 장치로서는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PFP가 긴밀한 군사관계를 추구하면서도 구체적인 안보공약은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G7 가입등 實利노려 PFP협정에는 나토동맹조약의 핵심인「한 국가에 대한 공격은 나토동맹국 전체에 대한 도발로 간주한다」(나토 조약 제5조)는 조항을 적용한다는 규정이 없다.
이때문에 PFP가입국가들은 유사시 나토로부터 직접적이며 강력한 군사원조를 받지 못하게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다음 문제는 대부분 나토국이「동유럽의 나토가입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는『동유럽의 안정은 군사협력보다 경제발전과 소수민족문제해결에 걸려있다』며 동유럽국들의 나토가입에 신중론을 펴고 있다. 이같이 모호하며 느슨한 군사협력체로서의 PFP장래는 러시아의 행보와 직결돼있다.
러시아가 가입하면 舊동유럽권 국가들이 느끼던「러시아의 위협」수준이 낮아져 현재의 체제를 상당기간 유지해 나갈 수 있지만 러시아의 미가입으로 위협체감수준이 심각해질 경우 현재의 체제를전환시켜야할 필요성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 다.
아무튼 러시아의 가입유보와 가입국의 잇따른 불만표명은 PFP가 아직 불완전한 모습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그러나 가입여부를 유보하고 있는 러시아조차도 더이상의 군사적 대결노선을 추구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유럽지역 안전보장에는 이미 청신호가켜져 있다고 할 것이다.
〈韓敬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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