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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 만나 신정아 얘기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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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장윤(56.강화 전등사 주지) 스님의 대리인인 이중훈 변호사는 6일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과 장윤 스님이 만났을 때 동국대의 현안 중 하나로 신정아(35.여)씨 관련 대화가 오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장윤 스님의 발표문을 배포하고 이같이 전했다. 장윤 스님은 신씨의 가짜 학위 문제를 최초로 제기했다.

이 변호사의 발언은 지난달 24일 "(장윤 스님에게) 신씨 문제로 개인적인 부탁을 한 일이 없고, 신씨 문제를 꺼내지도 않았다"고 주장한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의 입장과 다르다.

이에 따라 7월 8일 변 실장이 장윤 스님에게 "신씨 문제를 확대하지 않으면 이사직에 복직시켜 주겠다"며 '회유성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장윤 스님은 이날 동국대에 재단 이사직 사퇴서를 제출하고 동국대 재단이사들과 학교 관계자들의 동반 사퇴를 촉구했다.

◆의혹만 키운 기자회견=지난달 24일 변 실장의 외압 의혹이 알려진 뒤 변 실장과 장윤 스님이 만나 신씨 관련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기자)"장윤 스님이 변 실장을 만나서 신씨 얘기를 나눴나."

(이중훈 변호사)"여러 가지 동국대 현안의 하나로 신씨 관련 얘기를 나눴다."

(기자)"만났다는 7월 동국대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최대 현안이 신씨 문제였다."

(이 변호사)"상식적으로 판단해 달라."

이전까지 장윤 스님은 이 부분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해 왔다. 변 실장도 의혹이 제기된 당일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그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고 상대도 그 문제를 특정해서 말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신씨 관련 대화를 나눈 사실 자체를 부인했었다. 그러나 장윤 스님이 신씨 문제가 언급된 사실을 시인한 만큼 왜 이 사실을 숨겨 왔는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과테말라 출장 중이던 변 실장이 전화를 걸었다는 의혹에 대해 장윤 스님은 발표문을 통해 "과테말라에 있었던 변 실장으로부터 전화 받은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변 실장이 전화한 적은 있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이 변호사는 "그 이상도 이하도 모르겠다. 자세한 내용은 (검찰 수사에서)나오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끝까지 숨는 장윤 스님=장윤 스님은 이날도 대리인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8일 조계종 대변인을 통해 "신씨와 관련해 외압이 없었다"고 밝힌 게 전부다. 신씨의 가짜 학위 의혹을 제기할 당시 기자회견을 자청하는 등 언론에 적극적이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이를 놓고 "외압 의혹을 일으켜 놓고 숨어 지내는 까닭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윤 스님의 검찰 출석과 관련, 이 변호사는 "검찰과 협의해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확인한 뒤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신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부지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 중인 한편 e-메일, 통화 내용 추적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학위 위조 및 교수 임용 과정에서 공범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불량자인 신씨가 해외에 장기간 도피하기 위해서 필요한 돈을 대준 후원자가 계좌추적을 통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권호.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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