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화제>문학속의 4.19-작가들이 그려낸 未完의 그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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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올곧은 평가나 해석을 챙겨서 가슴에 그러안지도 못한채 4.
19혁명 상황도 아득한 과거가 되어 먼 발치로 흘러가고 있다….그날 이후 내 가슴 한복판에 자리하여 30여년을 커온 응어리는 마침내 쇳덩어리처럼 무거워서 내려놓지 않고는 못배길 지경이됐다.』 절망.변절.강박관념으로 나타나는 4.19세대의 가슴앓이를 3편의 중편으로 묶어 최근 소설집『4.19앓이』를 펴낸 작가 金國泰씨의 말이다.미완의 혁명에 대한 좌절과 강압통치아래서의 변절,그리고 그에대한 회한으로서 오늘도 계속 4.1 9는문학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4.19가 나던 해 세밑/우리는 오후 5시에 만나/반갑게 악수를 나누고/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하얀 입김 뿜으며/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혁명이 두려운 기성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회비를 만원씩 걷고/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金光圭씨의 시「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일부분이다.그날 무엇인가를 위해 아무런 보상없이 자신을 바치려했던 순정의 청년들이 이제 처자식의 안부와 월급액만이 궁금한 소시민이 됐다.그러한 오늘의 모습을 당시의 순정에비추며『부끄럽지 않은 가』라고 되풀이 묻고 있는 이 시 한편이4.19문학의 주조를 압축하고 있다.
『혼자서만/野望 태우는/목동이 아니었다/열씩/百씩/千씩 萬씩/어깨 맞잡고/팔짱 맞끼고/共同의 希望을/太陽처럼 불태우는/아!새로운 神話 같은/젊은 다비데群들.』 「1960.4.19의 한낮에」란 부제가 붙은 辛東門씨의 시「아!神話 같이 다비데群들」일부.4.19가 일어난 그 순간부터 시는 발빠르게 그 고양된혁명정신을 노래했다.
그러나 이듬해 5.16으로 시작된 기나긴 군사독재정권은 4.
19를 문학속에서 좌절과 변절.회한으로 몰고갔다.지식인으로서도어쩔수 없이 소시민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자괴감.부끄러움의 문학으로 몰고갔다.李浩哲.朴泰洵.辛相雄.南廷賢.金 春福.金容誠.
朴範信.文淳太,그리고 최근의 金國泰씨 작품에 이르기까지 많은 소설들이 4.19를 직.간접으로 다루고 있으나 빛바랜 혁명정신을 안타깝게 반성하고 있는 작품이 대부분이다.
주제나 소재의 측면에서 4.19문학은 회한과 부끄러움이 주조를 이루지만 문학사적 측면에서 4.19 자체는 참여문학,나아가민족문학을 열어젖혔다.
『미치고 싶었다./四月이 오면/곰나루서 피 터진 東學의 함성./光化門서 목 터진 四月의 勝利여….』 申東曄이 66년에 발표한 시「4月은 갈아엎는 달」의 일부.4.19를 동학과 역사적으로 연결시켜 부패를 갈아엎는 혁명으로 본 이 시가 시사하듯 좌절된 혁명이기에 4.19는 문학작품속에서 회한과 부끄러움으로나타나지만 그 정신은 역사 와 사회를 향한 올곧은 민족문학으로계승되고 있는 것이다.
〈李京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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