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기업경영 혁신-감원 전문가 의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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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왜 갑자기 기업들에 새로운 인사방식의 바람이 불어오는가.한국사회의 새로운 구조적인 대변환의 조짐이 일고 있는 것일까,아니면 한번 지나가는 유행인가.새로운 인사방식은 사회적으로 어떠한결과를 낳게 될 것인가.
능력제는 유행이라기 보다는 구조적인 원인에 의해 야기된 것으로 보인다.그 하나는 시장 개방에 따른 생존을 위한 압력이 증가한 것을 들 수 있다.더욱 극심해진 경쟁에 시달리는 기업들은생산성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 실행해야한다.그러나 어느 기업이든지 나이든 세대의 보수성과 낮은 생산성 때문에 정체되어 왔다.「신 세대」들의 창의성은「쉰 세대」에밀려 숨통이 조여지고,노후화된 인력의 적체현상 때문에 젊은 세대의 낮은 승진가능성은 낮은 사 기로 이어졌다.기업의 입장에서는 젊은 세대의 창의성에 숨통을 터 주어야 할 필요성을 능력제로 풀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구조적인 원인은 기업의 분권화 추세다.일찍이 메가트렌드 현상중 하나로 지적된 분권화는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유리하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중앙에 모여 있던 의사결정력이 조직의 변방으로 내려가는 추세는 능력있는 사람들을 중견간부로 승진시킬 필요를 야기한 것이다.
또다른 원인은 비교적 높은 이직률 때문이다.우리나라 기업의 중견 간부들이 다른 기업으로 옮기는 비율은 일본 기업들에 비해월등히 높다.능력있는 사람을 모셔가려는 타기업의 유인책 때문이었다.기업은 능력있는 사람들이 옮기지 않도록하는 유인책으로 능력제를 도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능력제는 분명히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적어도 단기적인안목에서는 확실히 그렇다.그러나 근로자 삶의 질에 대한 우려를차치하고라도 몇가지 부정적인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장기적으로 보면 기업은 다른 종류의 코스트를 부담해야 하 기 때문이다.
첫째,기업에서 어떤 사람이 능력을 인정받는가,못받는가는 단기적인 안목으로 밖에는 평가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업적을 늘 평가받아야 하는 간부는 10년 후에 그효과가 나타나는 장기적인 결정은 주저할 수밖에 없다.따라서 기업은 근시안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된다.
둘째,직업의 불안정성이 증가함에 따라 안정적인 직업이 선호될것이고,유능한 사람은 안정성이 보장된 직업을 선호할 것이다.
셋째,기업은 미국 기업이 그렇듯이 능력있는 사람을 붙잡아두기위한 유인책으로 끊임없이 보수를 경쟁적으로 올려주어야하는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여러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들불처럼 번져가는 미국식의 능력제가 우리의 문화적 뿌리와 어울리는 제도인가에 대해서도 우려하게된다.문화와 이탈된 조직 운영은 마찰을 야기하며,이 마찰에 윤활유를 치기 위해서는 새로운 부담을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인사혁신을 무조건 흉내낼 것이 아니라 능력제를 먼저 도입한 기업에서의 효과를 충분히 검토한 다음 제도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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