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저지를수 있는 작은 잘못 “참회”/사연 접한 피해자가 더 감동… 2중효과
서울 노량진경찰서 이광웅서장은 최근 뜻밖의 편지 2통을 받았다.
인근 유한공고 2년생 학생 둘이 깨알같은 글씨로 적어보낸 사연은 누구나 한번쯤 무심코 저질렀음직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용서를 비는 내용.
지난해 12월 시내버스를 타면서 승객이 많아 혼잡한 틈을 이용해 승차권을 내지 않고 슬그머니 뒷문으로 타는 등 두번 무임승차를 했습니다.
얼마전 집앞 골목에서 길에 떨어진 1천원을 주워 쓴 적이 있습니다.
이들 학생들의 이같은 「양심의 편지쓰기 운동」은 이 학교 윤리주임 최해규교사(55·국사담당)의 훈도에서 비롯됐다.
『중학교 1학년때 수필을 한편씩 써오라는 숙제때문에 밤새 고민하다 학생잡지 문예란에 실린 남의 글을 베껴 낸 적이 있었지요. 그런데 그 글이 교지에 실리고 상까지 받았습니다. 용기가 없어 차마 사실대로 말을 못했는데 지금까지도 양심에 거리낍니다.』
근엄한 훈계대신 자신의 약점을 그대로 드러내보인 스승의 솔선수범 참회는 어린 제자들의 가슴에 기대밖의 큰 파문으로 확산됐다. 누가 시킨 일이 아니었지만 스스로를 돌아보고 하나 둘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당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제가 맡은 2학년학생 3백20명중 3분의 1에 가까운 학생들이 편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나 저 자신도 깜짝 놀랐습니다.』
4월초 학생들의 편지가 띄워진 며칠후부터 학교 우편함에 갑자기 우편물이 늘기 시작했다. 「양심의 편지」를 받은 버스회사 사장·경찰서장 등이 보내온 격려의 답장이었다.
『자기 잘못을 솔직하게 반성할 수 있는 용기에 감명을 받았다. 앞으로도 늘 그런 용기를 간직해 달라.』
이 학교 사제가 엮어낸 작은 이야기는 「스승이 있어서 제자가 있고 한사람의 작은 참회가 여러사람의 큰 참회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웅변해 보인다.
최 교사는 구한말 애국지사 면암 최익현선생의 고종손이기도 하다.<예영준·주재훈기자>예영준·주재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