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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 마련 「사전선거운동지침」/“너무 규제일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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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민여론수렴등 정당기능 위축/의원들/“의견수렴없는 졸속결정” 전면 보완주장
중앙선관위의 사전선거운동 단속지침이 지나친 규제일변도일뿐 아니라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많다고 국회의원 및 각급 단체장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통합선거법 협상에 참여한 여야 정치특위 의원들까지 선관위의 단속지침이 실제 법제정정신을 살리지 못하고 정당과 행정의 대민여론수렴·홍보기능을 저해시킨다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선관위는 지난 15일 발표한 사전선거운동 사례예시집에는 「통상적 범위」 「싼값의 기념품」 「적극적 의도」 등 모호한 조항이 많아 논란을 빚고 있다.
사례집은 또 ▲문화강좌 선전물 제시 ▲본인없는 VTR 의정보고 ▲각종 정당행사에의 일반인 참여 ▲의정보고회에서의 차기선거 지지호소(이상 의원) ▲주민접견·현장방문시의 선거운동성 발언(단체장) 등 기존의 관행을 금지시켰다.
이 때문에 의원들의 대국민접촉·정당활동은 물론 단체장의 정책홍보기능이 대폭 움츠러들게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치특위 민주당 대표였던 박상천의원은 16일 『최근 지나친 자의적 규제위주의 선관위 지침으로 고유의 정당활동이나 직무상 행위 등까지 위축되는 등 개혁입법이 교각살우를 범할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경우 최소한의 금품은 쓸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각종 정당행사에 일반인도 참석할 수 있고 당원에게는 지지도 호소할 수 있도록 선관위 지침이 현실적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자당의 양창식·박희부의원 등도 『선관위의 지침·사례집이 모두 자의적 해석조항들로 가득차 있어 주민들을 만나기조차 두려운 실정』이라며 『지나친 규제일변도에서 벗어나는 한편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보완작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지난 15일의 국회 내무위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선관위의 지침이 정치현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세미나 등 공론화과정을 결여한 졸속작업의 결과라고 지적하며 선관위 지침의 전면적 개편·보완을 요구했다.<최훈기자>
◎단속지침 사례집의 허실/자의적 해석 여지 많다/「의례적 범위」 「친교없는 선거구민」등/애매모호한 단어에 잡음 줄이을듯
선관위가 마련한 「사전선거운동 단속지침 사례예시집」은 의원들의 반발이 수긍될만큼 「이현령비현령」식의 자의적 해석과 규제가 가능해 논란을 빚고 있다.
「평소 친교·연고 또는 지면이 없는 선거구민의 건물입주나 상가개업식에 기념품·화환·축전·축하카드·생활안내서신을 금지한다」는 조항의 「친교·연고·지면」처럼 모호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당 또는 일선 행정기관의 고유활동과 업무까지 크게 위축받게 됐다며 불만이 비등하다.
지난 15일 국회 내무위에서 박희부의원(민자)은 『지역구민과 나는 모두 연고가 있다』 『서로 안다고 하고 전부 기념품을 줄 경우는 어떻게 되느냐』고 따졌다. 그러나 선관위는 똑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의정보고회를 개최해 차기선거에서의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도 항의대상. 의원들은 『훌륭한 의정활동을 과시하는 의정보고회 자체가 차기 지지호소를 겨냥한 것인데 구별하는 자체가 무리』라고 지적하고 있고 원외의 정치지망생들은 『의정보고회도 금지시켜야 한다』고 불평한다.
「의정보고회를 개최할 때 통상적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고지하거나 살포해서는 안된다」는 조항도 「통상적 범위」 「살포」가 어느정도 분량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의원들은 사실상 외면하기 힘든 경조사의 모호한 금지조항에 특히 애를 먹는다.
의원들은 『평소 친교·연고 또는 지면이 없는 선거구민의 관혼상제에 축·조의금,화환을 자기명의로 주지 못한다고 못박았는데 그렇다면 조의금봉투를 전하면서 이름을 쓰지 말고 주란 것이냐』고 불평이다.
이날 내무위에서도 한 의원은 『이름 안쓴 봉투를 전달하며 귓속말로 누가 보냈다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고 하소연했다.
「초파일·부활절 등 행사를 맞아 종교인으로서 직접 관계가 없는 사찰·교회·성당 등에 자기명의로 시주·헌금하는 행위」의 금지도 「직접관계」의 해석이 모호하다. 이 조항은 종교계의 반발까지 예상된다.
특히 입후보예정자가 경영하는 산업시설에 주민을 초청해 식사·기념품 제공을 금지시키면서도 「견학을 위해 방문하는 사람에게 의례적 범위내의 식사와 싼값의 기념품 제공은 가능하다」고 덧붙여 헷갈린다. 과연 의례적 범위는 어느정도이며 싼값은 얼마까지를 말하는 것일까.
선관위 지침의 이같은 혼란은 최근 정치권의 「사전선거운동」 말썽과 서슬퍼런 「엄벌」 분위기에 휩쓸려 충분한 시간과 논의를 갖지못한 채 탁상에서만 입안됐기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른다.
박상천의원(민주)은 『향후 정치의 골격을 이룰 선거법 실천지침은 장시간의 숙고와 광범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재검토를 촉구했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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