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 강타 일본에 막혔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발은 무거웠고 손은 느렸다. 공격과 수비 어느 한쪽도 '숙적' 일본보다 나을 게 없었다. 한국이 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 남자배구선수권대회 8강 풀리그 3차전에서 일본에 1-3(16-25, 24-26, 25-21, 19-25)으로 졌다. 전날(4일) 호주에 2-3으로 졌던 한국은 1승2패가 됐다.

호주전 역전패의 여파가 예상보다 컸다. 전날 낮 경기에서 이란을 3-0으로 가볍게 이긴 일본은 체력소모가 적었지만 한국은 풀세트 접전 끝에 자정(현지시간)이 다 돼서야 경기를 끝냈다. 이경수(LIG).송인석(현대캐피탈) 등 공격수는 물론 세터 권영민(현대캐피탈)도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얼굴에 짜증이 역력했다.

우승보다는 베이징 올림픽 본선 티켓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일본을 상대로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올림픽 예선전의 전초전 성격인 이번 대회에서 베이징 올림픽 개최국인 중국과 월드컵(11월) 개최국인 일본과의 상대전적은 출전권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유중탁 감독은 1세트 중반부터 주전을 대거 빼고 대학생인 레프트 박준범(한양대)과 세터 유광우(인하대), 아마 팀인 한전 소속 라이트 양성만을 투입했다. 1세트를 9점 차로 내준 한국은 벤치멤버가 들어오면서 공격은 활기를 띠었으나 서브리시브에 큰 구멍이 뚫렸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큰 몫을 하는 에이스 이경수가 빠지면서, 리베로 여오현(삼성화재)이 서브리시브를 도맡자 무리가 따랐다. 한국은 이날 일본의 에이스 고시카와 유우에게만 7개의 서브에이스를 헌납했다.

세트스코어 0-2로 몰린 한국은 이선규(현대캐피탈)의 블로킹을 앞세워 3세트를 따냈으나, 4세트에서 다시 일본의 속공과 강서브에 수비가 흔들리며 무너졌다. 한국 남자배구가 일본에 진 것은 2005년 아시아선수권(2-3 패) 이후 2년 만이다.

한편 태국 나콘라차시마에서 열린 아시아 여자배구선수권대회 첫날 한국은 인도네시아를 3-0(25-17, 25-19, 25-11)으로 꺾고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한국은 6일 일본과 2차전을 치른다.

장혜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