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3 ~ 4명 김상진씨 연루" 떨고있는 부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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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산 지역 건설업자 김상진(42)씨의 비자금 조성과 전방위 금품 로비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위준 부산시 연제구청장은 5일 김씨가 자신에게 1억원으로 추정되는 현금 로비를 벌인 사실을 스스로 공개했다. 검찰 수사가 김씨의 정.관계 금품 로비로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산 지역 정가에서는 자치단체장을 비롯해 전.현직 국회의원 3~4명과 지방의원 2~3명이 김씨 형제와 관련됐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며 지역 정.관계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김씨 전방위 로비 베일 벗나=검찰은 대검 계좌추적 수사관 7명을 투입해 김씨 자금의 용처를 추적 중이다. 이 와중에 연산동 재개발사업의 인허가와 관련해 구청장에게도 금품 로비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구청장이 밝힌 김씨의 로비 수법은 지난해 8월 정상곤(구속) 전 부산국세청장에게 1억원의 뇌물을 건넸을 때와 비슷하다. 검은색 가죽 여행가방에 1억원 정도의 돈을 담아 회식 뒤 건네는 방식이다. 김씨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전액 현금을 사용했다. 그는 자신의 비자금을 5~6명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2000만원이 넘지 않는 범위에서 10곳 이상의 금융기관을 이용해 현금과 수표로 되바꾸었다. 검찰이 김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을 때 4억원의 현금이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이 돈의 용처를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정.관계나 금융계의 도움이 필요할 시점에 현금 로비 가능성이 커 김씨의 사업 전개과정과 자금 사용처를 추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 전 청장의 경우 세무조사 무마 명목이었고, 이 구청장은 연산동 개발사업에서 용적률 등을 보다 유리하게 통과되게 도와달라는 의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실제 땅 구입 가격보다 계약서를 더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만들었다고 한다.

금융계 관계자는 "아파트 시행사업의 부지 매입은 비밀리에 진행되기 때문에 가격이 부풀려졌는지를 금융 기관이 확인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기관 입장에선 향후 아파트 분양대금이 들어오면 원금과 이자를 챙길 수 있다는 보장이 확실하면 땅값을 얼마로 평가했는지에 대해선 큰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연산동 개발 부지를 비밀리에 매입하면서 1700억원을 썼고 금융권으로부터 2650억원을 땅값과 소요 경비로 대출받았다. 차액(950억원) 중 상당한 금액은 김씨의 비자금이 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인척 명의로 부산 근교의 최고급 골프장 VIP 회원권을 6억5000만원에 구입하고 최고급 벤츠 승용차를 구입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재인 실장 있던 법무법인에 소송 의뢰=김씨가 자신과 관련된 소송을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이 2003년까지 대표변호사로 있던 법무법인 '부산'에 맡기기도 했다. 법무법인 부산은 6월 김씨가 소유한 ㈜일건의 소송대리인 자격으로 부산지법에 문제가 된 연제구 연산8동 재개발 현장 내 공유물(도로) 분할 관련 소송의 소장을 냈다. 이 사건은 양측의 합의로 마무리됐다. 법무법인 부산은 또 ㈜일건의 부산시 연산8동 재개발 사업 시행과정에서 소유권 이전 분쟁에 대한 소송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무법인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1980년 초 문 비서실장과 만든 합동법률사무소가 법인화된 것으로, 95년 설립 때 문 비서실장이 대표 변호사를 맡았다. 문 비서실장은 2003년 3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되자 대표변호사 자리를 내놓고 부산변호사회에 휴직계를 냈다.

부산=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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