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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된 세제로 개편을(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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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의 종합적인 세제개편이 골격을 갖춰가고 있다. 그동안 상황이 바뀔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땜질식 처방을 해왔던 세제가 이번에는 전반적인 수술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세제개편의 골자는 국제화라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국내 제도의 정비와 실명제의 정착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현행 조세체계는 아직도 중상주의적인 과거정책의 유산을 많이 지니고 있는데다 세제상의 각종 지원조치는 국제적인 규범과 맞지 않는 점이 많다. 또한 실명제가 실시되었는데도 세제와 세율의 전면조정이 뒷받침되지 못해 제도가 절름발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세제개편이 과세형평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지 못하면 경제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물론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마련돼도 최종 의결은 국회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민의가 수렴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96년부터 시행하려는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현재의 이자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큰 개혁으로,실명제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도록 하는 중요한 일이다. 실무당국은 전산처리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며,동시에 비밀보장에 관한 정부약속을 확고히 준수해야 할 것이다. 소비세의 개편에는 생활패턴의 변화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생활필수품이 된 자동차·가전제품에 대한 특별소비세는 더이상 취지에 맞지 않는다. 또한 자동차는 국세뿐 아니라 지방세 부과도 상황에 맞게 조정하여 불필요한 통상마찰을 피해야 할 것이다.
부가세의 개편,특히 과세특례자의 대상을 축소하려면 자료거래를 정착시키고 세율이 조정되어야 한다. 신고납부가 자리를 잡으려면 세정이 현재보다 훨씬 효율화되어야 한다. 이같은 전제조건들이 미리 해결되지 않은채 무리하게 특례자의 폭만 줄이면 조세저항이 유발된다. 정부는 실명거래의 정착에 우선순위를 두어야지 경직된 세수확보와 같은 비효율적인 목표에 매달려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는 UR의 합의사항에 맞게 정부보조금의 성격을 지닌 각종 조세감면의 폭을 대폭 줄이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스스로 적응할 수 있도록 대안마련을 동시에 검토해야 할 것이다. 토지관련 재산세제는 주된 체계를 종합토지세로 잡고,보유에 대한 과세비중을 늘리고,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게 하는 방향이 바림직하다. 상속세의 유산취득세로의 전환,금융자산에 대한 명의자 과세원칙 등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세제개편의 방향은 맞지만 가장 핵심은 역시 실명제 정착에 도움이 되는 세율의 인하에 있다.
실명거래와 신용거래가 정착되게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경제개혁이라는 기본정책이 이번 세제개편에서 확인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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