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정부 막판 몸집 불리기 … 공무원 인건비 5조 급증 … 국민 세금 부담 가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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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들어서만 1만2442명의 공무원을 증원한 데 이어 4일 또다시 10개 부처 공무원 388명을 늘리기로 해 임기 말 '몸집 불리기'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6월 이후 국무회의가 열리는 매주 화요일에는 거의 빠짐없이 공무원 증원안이 통과되고 있어 "화요일마다 자기들만의 증원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표 참조>

정부는 4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환경부.병무청.해양경찰청 등 10개 부처의 직제개정안을 의결했다. 부처별로는 ▶해양경찰청에서 함정 건조에 필요한 인력 확보에 131명 증원 ▶병무청에서 사회복무정책본부를 신설하고 71명 증원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성과관리팀을 신설하고 58명 증원 ▶관세청에서 수입품 원산지 표시 검사 업무 인력으로 33명 증원이 포함됐다.

또 ▶문화관광부에서 문화산업본부와 관광산업본부를 신설하고 23명 증원 ▶소방방재청에서 화재 위험 평가 인력을 보강하고 21명 증원 ▶사행산업감독위원회 사무처 구성에 20명의 신규 채용이 확정됐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이번에 증원되는 공무원의 상당수는 사회복지 등 국민 실생활과 관련된 분야의 인력"이라며 "실제 정부청사에 근무하는 인력보다 현장 서비스 인력이 주로 충원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 각 부처들이 내년 새 정부 출범 후 인력 조정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증원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영출 충북대 교수는 "현 정부가 임기 말에 흔히 나타나는 각 부처의 조직 이기주의를 적극 통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역대 정부 임기 마지막 해에는 어김없이 공무원 증원이 이뤄졌다. 1987년 전두환 정부 마지막 해 1만3383명의 공무원이 늘어난 데 이어 92년 노태우 정부 때는 무려 3만2097명이 증원됐다. 김대중 정부 때는 1998~2001년 4년간 공무원 수가 계속 감소하다가 임기 마지막 해인 2002년 2만1873명이 늘었다.

정부는 당초 올해 예산안을 짜면서 9885명의 공무원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4일까지 증원된 공무원은 1만2830명에 달하고 있다. 8개월이 채 못 돼 당초 목표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연말까지 정보통신부.경찰청 등 10여 개 부처에서 600여 명의 공무원을 더 늘릴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렇게 되면 당초 공무원 증원 계획보다 30% 이상 더 늘어나게 된다.

공무원 증원에 따른 예산 부담도 만만찮다. 행자부에 따르면 2003년 16조8000억원이었던 공무원 총 인건비가 올해는 21조8000억원으로 5조원이나 급증했다. 공무원을 먹여 살리는 데 매년 평균 1조2500억원의 국민 세금이 추가로 투입된 셈이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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