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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씨 소유 한림토건 6년 만에 매출 21배로 부산지역 관급공사 독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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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김상진씨가 실제 소유한 한림토건의 초고속 성장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997년 10월 설립된 한림토건은 설립 다음해인 98년 매출이 16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1년 126억원, 6년 만인 2004년 348억원으로 21배 늘었다. 김씨 소유의 또 다른 회사인 주성건설의 매출액 역시 같은 기간 52억원에서 206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한림토건의 고속성장 비결은 관급 공사였다. 한림토건은 하도급 공사 형태로 김해시, 부산 수산해양청, 부산 교통공단, 거제시, 한국도로공사 등 관급 공사를 맡아 사세를 키워나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관급 공사는 공사대금 지급이 확실하고 적절한 이익이 보장돼 건설업자들이 선호한다"며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선 뒤를 봐주는 세력이 민간 공사보다 많이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는 2004년부터 토목 공사보다 이익 규모가 큰 '아파트'로 눈길을 돌렸다. 부산시 일대에서 아파트 시행 사업에 나선 것이다. 1475가구 규모에 공사비만 2650억원에 이르는 연산동 아파트 단지 사업이 대표적이다.

한림토건이 회사 설립 후 2~3년 만에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인 L사.S사.K사의 협력업체로 지정된 것도 의문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최상위급 건설업체의 협력업체로 지정되기 위해선 신용등급 등 까다로운 요건을 갖춰야 한다. 회사 설립 후 5~6년이 지나도 지정되지 못하는 곳이 많다.

◆땅 용도변경 사전에 입수 의혹=김상진씨가 부산시 수영구 민락동 땅을 매입하기 전 땅의 용도변경이 추진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는 의혹이 새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씨가 부산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당시 보증인으로 나선 인물 중 일부가 부산지역 유력인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은행은 김씨가 올 1월 회사 직원 조모(40)씨의 이름으로 설립한 스카이시티가 5월 초 민락동 108 일대 유원지인 미월드 부지 3만8000여㎡에 700실 규모의 초고층 주거형 콘도를 건축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해 오자 실무진의 검토를 거쳐 680억원의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대출자금 중 토지매입비와 금융비용 등으로 465억원이 집행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민락동 땅의 도시계획시설이 공원에서 유원지로 바뀐 올 1월 초 토지 용도가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바뀔 것이란 부동산개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뒤 적극 매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땅은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바꾸는 용도변경 계획이 건설교통부에 올라갔으며 부산시의 도시기본계획변경 건의안을 받은 건교부가 중앙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 변경안을 상정한 상태다.

하지만 지역 건설업계에선 주거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행정절차가 완료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김씨가 선뜻 땅을 사들인 것이나 은행 측의 거액 대출이 이뤄진 것은 사전에 확실한 정보를 입수하지 않았다면 결정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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