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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임금체계 개선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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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날 포럼에는 지역의 중소기업인은 물론 임금 실무를 담당하는 관리자들이 대거 참석, 뜨거운 관심을 보여 주었다. 이제 중소기업들도 임금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나름대로 합리적인 임금 지급 방법을 찾고자 하는 열기가 대단함을 한마디로 입증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어느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연봉제나 성과배분제가 좋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나오게 됐다”고 한다. 종업원들의 능력 유무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성과 평가를 잘할 수 있는 척도를 어떻게 개발해야 할지가 궁금하단다. 기존 연공서열 위주의 경직된 임금체계는 단순하고 쉽지만 임금의 유연성이 없어 좀처럼 동기 부여의 효과를 기대하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직무급 도입을 서두를 수조차 없다. 왜냐하면 무엇보다 직무분석이나 직무평가가 선행돼야 하는데, 영세한 중소기업으로서는 엄두조차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데다 중소기업은 심각한 인력 부족으로 보수 관리를 전담할 사원마저 둘 수 없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총무라는 직책을 갖고 혼자 이 업무, 저 업무 그때그때 닥치는 대로 처리하다 보니 업무의 능률마저 현저히 떨어지게 되고 만다.

물론 중소기업은 규모가 영세하기 때문에 사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도맡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임금 관리 업무는 양면성을 갖고 있어 슬기롭게 풀어 나가기가 어렵다. 임금은 사용자에게는 원가요, 근로자에게는 소득이기 때문에 적게 주고, 많이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기에 임금 관리 업무는 아무나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임금 관리는 노동 대가에 적합한 임금 수준의 결정이 필요하다. 또한 임금 구성이 공정해야 하며, 임금 지급이 합당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임금 체계의 경우 체형별로 몸에 맞는 옷이 따로 있듯이 기업의 규모·업종별 특성에 따라 차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뾰족한 방법이 없어 잘나가는 회사의 임금 테이블을 분별 없이 가져다 쓴다. 그러므로 임금 문제 때문에 힘들어 하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학계에서는 우수한 임금 관리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개별 기업에 적합한 임금 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

앞으로 연말까지 매월 열리는 이번 임금혁신 포럼 사업이야말로 산학협동 차원에서 기대해 볼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야심 찬 사업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임금 관리자들이 눈치 안 보고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CEO들이 먼저 나서서 챙겨 주는 것이 필요하다.

박성수 전남대 교수한국산학협동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