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문화>美QVCTV 비디오소매점채널-홈쇼핑TV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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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해 11월,미국 필라델피아 교외의 한 지방 TV 방송국을찾은 파라마운트.폭스社 사장 배리 딜러는 TV가 전혀 엉뚱한 방법으로 떼돈을 벌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홈 쇼핑 전문 방송국인 QVCTV의「비디오 소매점 채널」.
다이아몬드 반지,눌어붙지 않는 고급 프라이팬에서 세트 인형까지 온갖 상품을 화면에 소개하고 주문을 받는 TV백화점이다.
프로가 시작되자 방송국에 설치된 전화 수천대가 동시에 울어댄다. 방송국 컴퓨터에 표시된 판매액은 1백분동안 1백20만달러(약 9억3천6백만원)를 가리키고 있다.주문을 받는 전화선은 2만3천회선으로 분당 2만건의 통화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컴퓨터가 전화를 받지만 육성을 선호하는 사람을 위해 교환원 2천명이 홈쇼핑 클럽에서 상시 대기중이다.
홈쇼핑 방법은 간단하다.15초 간격으로 소개되는 상품들을 시청자가 임의로 골라 방송국에 전화를 하면 컴퓨터가 주문을 접수한 뒤 시청자 계좌번호를 확인하고 인근 백화점에 배달을 부탁하는 순서다.전화를 건 시청자에게 배달 일자가 통보 되고 화면에새 판매실적이 표시될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수초남짓.
딜러는 TV쇼핑이야말로「미래의 노다지」라고 단언한다.현재는 TV가 일방적으로 상품을 선전하면 소비자가 따라오는「석기시대」수준이지만 컴퓨터가 발전할 미래에는 미국 모든 가정의 가사를 해결하는 전자살림꾼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즉 보기만 하는 TV에서 벗어나 시청자가 스스로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TV,한걸음 더나아가 시청자가 임의로 화면 내용을 조작할 수 있는 TV의 출현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딜러는 이같은 자신의 구상을 실천에 옮겼다.올 2월,그는 자신의 회사를 자진해 물러난뒤 전부터 QVC에 지분을 갖고있던 CA TV계의 거물 존 말로네와 손잡고 QVC확대 사업에 나섰다. 미국 최대 영화사 사장직을 앞날이 불투명한 홈쇼핑TV와 맞바꾼 딜러는 할리우드 인사들 사이엔 머리가 돈 사람으로 불렸다.하지만 딜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CA TV채널은 수년내 수백개로 불어난다.게다가 쌍방TV가등장하면 미국인은 리모컨 버튼 하나로 전 세계를 거실에 불러들일 수 있게된다.』 이어 딜러는 말로네를 설득해 QVC의 라이벌이자 또다른 TV쇼핑 채널인「홈쇼핑 네트워크」에 1억5천만달러(약1천1백70억원)를 투자,운영권을 장악했다.네트워크도 77년 지방라디오로 홈쇼핑을 시작한지 8년만에 전국 TV방송으로떠오 른 방송계의 기린아.그제야 사람들은 딜러의 행동이 치밀한계획아래 진행되고 있음을 알고 신경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홈쇼핑TV는「신세계 도래의 한 지표」임을 역설하는 딜러는『두회사를 경쟁적으로 운영하면 홈쇼핑TV는 10년안에 22억달러(약1조7천억원)규모의「산업」으로 급팽창할 것』이라 장담하고 있다. 〈姜찬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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