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찾기>어떤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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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목사님,소식 들으셨지요?』 『김목사님,슬그머니 운을 떼시는 걸 보니 하실 말씀이 계신 모양이군요?』 『전 이목사님이 먼저저를 찾으실 줄 알았는데요.정말 소식을 못 들으신 겁니까? 아니면 심란하셔서 못 들은 척 하시는 겁니까?』『요즘,사람 마음을 어수선하게 쑤성거려 놓는 일이 한 두가지라야 금세 말귀를 알아 들을 수가 있지요.김 목사님은 혹시 탁명환씨 사건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탁명환씨 사건은 이미 옛날이야기잖아요? 그보다는 오히려 상문고등학교 상교장사건과 북한사람들이 서울을 불바다루 만들겠다구 협박한 사건이 훨씬 새롭지요.하기야 큼직큼직한 사건이 숨돌릴 사이두 없이 꼬리를 물구 이어지니까 하룻밤 자구 나면 어제는 옛날이 돼버려요.』 『저두 상문고등학교 상교장이야기나 북쪽사람들 혓바닥 거칠게 놀린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김목사님이 말씀하시려는 사건은 어느쪽인가요?』 『천주교사람들이 선수 친 사건 있지요? 이목사님,천주교사람들 참 얄밉지 않으신가요?』 역시 그 말씀이셨군요? 천주교사람들 걸음이 빠르다는 건 전부터 알구있긴 했지만,이번에 보니 정말 빠르더군요.』『빠르기만 하면 답니까?빨라서 남 앞질러가는 건 좋은데 남을 곤란하게 만들지는 말아야지요.성직자의 소득세납부 문제루 말하면개신교 내부에서는 일찍부터 찬반논의가 있어 왔잖아요? 천주교측에서는 그 문제는 논의할 거리두 못 된다는 듯 언급두 안하구 있다가 폭탄선언이라두 하는 것처럼,「천주교에서는 성직자두 소득세를 납부하기루 했다」하구 떠들썩하게 발표하는 의도가 어디에 있느냐 말이에요? 국민들에게 천주교의 성가를 높이려는 뜻은 얼마든지 좋은데,그 폭탄선언 때문에 개신교 성직자들이 궁지에 빠지게 되리라는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잖아요? 이목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래두 되는 겁니까?』 『전 그냥 묵살해버리는게 지혜로운 대응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김목사님 말씀을 들으니까 못 들은 척 넘겨버릴 문제가 아닌것 같군요.
천주교나 개신교나 똑같이 여호와 하나님과 그 아들 예수그리스도를 섬기는 종교인데,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그렇듯 개신교를 궁지에 빠뜨릴 수가 있나요? 천주교와 개신교가 성직제도와 교회운영방식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 대부분은 모르구있을 거예요.엇비슷하게 비유하자면 천주교성직자들은 수직적 명령체계를 갖춘 거대한 조직 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조직내부의 규정에 따른 봉급생활자구,개신교성직자들은 자유재량권과 독립운영권을가진 기업주 내지 사장에 해당한다구 할 수 있지요.시키는 일 하면서 주는 월급 받는 사람과,스스로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의 소득을 어떻 게 일률적으루 취급할 수 있단 말인가요? 물론 이문제가 미묘한 것은 천주교성직자와 개신교성직자를 단순히 월급쟁이와 자영업자루 비교할 수가 없다는 점이지요.일반국민이나 신도들은 신부와 목사의 소득원을 구별하기에 앞서 성직자의 울타리 속에 함께 가둬버리려구 하거든요.성직자 두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정의롭게 들립니까? 따라서 일반국민들은 소득세를 내기로 한 천주교의 결정에 박수를 보내구,거기 호응하는 데 주저하는 개신교에 대해 의심과 비난의 눈초리를 보낼지두모르지요.
그러니 이 미묘한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지요? 김목사님이아이디어를 내 놓으시지요.』 『이목사님 말씀대루 참 미묘한 문제예요.이목사님,교회에서 받으시는 한달 보수가 얼마나 되시지요? 이런 따위 질문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 잘 압니다만 문제해결의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서 부득이 묻는 거예요.
저두 솔직하게 말씀 드리지요.봉급이 육백만원에 연구비와 접대비를 비롯한 보조비 천사백만원을 합해 한달에 2천만원을 받구 있어요.』 ***『저 두 김목사님과 대동소이합니다.봉급 칠백만원에 보조비 천삼백만원,합해서 이천만원이에요.한달 이천만원 수입이 일반국민들에게는 대단하게 여겨지겠지만 내막을 듣구 나면 생각을 달리하겠지요.지금 우리교회 교인수가 이만명에 육박해 있지만 이십 년 전 제가 처음 개척교회를 시작했을 때는 천막교회당에 교인수는 겨우 열다섯명이었어요.
열다섯명 교인을 이만명 가까운 숫자로 증가시키는데 얼마나 큰고난과 시련을 겪었는지 모르는 사람은 상상두 못할 거예요.남 몰래 울기를 얼마나 했으며,하나님을 원망하면서 자살을 생각하기까지 했었어요.한달에 돈 이천만원이 크다구 말할 수는 없지요.
분수에 넘치는 보수를 받는 게 절대루 아니에요.』 『이목사님 말씀이 옳아요.저두 이십오년간의 목회생활 끝에 오늘을 맞은 거예요.이목사님 말씀처럼 죽구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지요.
우리는 분수에 맞는 대우를 받구 있는 것 뿐이에요.우리보다 특별하게 더 시련을 겪지두 않았는데 한 달에 오천만원,아니 일억을 재량껏 사용할 권한을 가진 목사님두 계시다지 않습니까?목사두 스스로 노후준비를 해야 해요.하나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우신다는 서양 속담두 있잖아요?교회에서 시무하고 있을 때는 목사님,목사님,부르며 따르던 신도들두 목사가 교회를 떠나구 나면언제적 목사님이었더냐하구 외면해 버리는 게 세상인심이에요.한평생 하나님교회에서 봉사하던 목사가 늙어 교회를 떠난 뒤에 갈 곳 없는 거지신세루 떨어져버린 경우를 얼마든지 보아왔잖아요?』『김목사님,정곡을 찌르셨군요.저금 한푼 해놓지 못한채 늙어 교회에서 물러나 세상사람 미워하구 하나님 원망하면서 꾀죄죄한 몰골루 떠돌아 다니기 보다는 노후준비를 철저히 해놓구 세상사람 사랑하구 하나님께 감사하며 노후를 보내는 쪽이 죄를 안 짓는 거지요.그런데 정부당국에서두 국민들두 인정해 준 성직자 비과세를 무엇 때문에 스스로 깨버리려 드는지 그 깊은 속셈을 알 것같다가두 모르겠군요.성직자 소득세 납부만으루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두 아니잖아요?』 『그렇지요.이목사님 잘 지적해 주셨어요.성직자 소득세 납부는 뒤이어 교회헌금에 대한 소득세 납부문제를 야기케 할 거예요.교회 헌금두 얼마든지 소득으루 해석할수가 있지요.그럴 경우 성직자의 소득두 소득세를 납부해야 하구.교회의 소 득은 소득세를 면세받는다는 세금처리의 당위성을 어디서 찾을 수가 있느냐 말예요? 내용과 성격을 모르는 일반국민들이 성직자의 보수를 알구 놀라 회의와 위화감을 느끼게 되는 것 이상으루 교회헌금액수에서 커다란 놀람과 충격을 받을 수두 있어요. 그런데 당장의 이미지 쇄신효과를 노려 장기적인 위험부담을 자초하는 서투른 행위를 저지르다니 지혜로운 처신이라구 할수 있겠어요?』『김목사님이나 제 말이 틀림없이 옳은 이상,우리두 성직과 교회의 신성성을 지키기 위해 방어수단을 강구 해야 하지 않겠어요?』 ***『옳 습니다.우선 개신교 성직자들이 단결해야 해요.성직자 소득 비과세 수호위원회를 구성해서,그 위원회의 이름으루 전국의 개신교 성직자들 앞으루 참여와 협조를 호소하는 글을 보내 수호세력을 규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김목사님,훌륭한 착상이십니다.자 그럼 한시두 지체할 것 없이수호위원회 구성을….가만있자,그런데 거기에두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요? 개신교성직자,그 중에두 목사님들의 한달 보수가 서울에서두 백만원 미만의 경우가 상당수라구 하잖습 니까? 더욱이 지방에 내려가면 한달 십만원 미만의 보수를 받는 목사님들두 수두룩하다구 해요.
그런 대우를 받구 시무하는 목사님 전도사님들한테 성직자 소득비과세 운동이 크게 마음을 끌어 당길 수가 있을까요? 그리구 그들이 참여해 준다구 하더라두 그 내부에두 위험부담이 생길 것같군요.백만원을 한달 보수루 받는 성직자,십만 원을 한달 보수루 받는 성직자들이 한달에 천만원,이천만원,오천만원,일억원을 받는 성직자가 있음을 알았을 때 회의와 위화감을 느끼지 않겠습니까?』 『이목사님,그 문제는 아까 해답을 말씀하셨잖아요? 천막교회당에서 십오명,이십명의 교인으루 개척교회를 하던 체험 말이에요.그 당시 이목사님이나 제가 받은 한달 보수가 지금 돈으루 환산해서 백만원,십만원은 커녕 만원두 안됐었지요.지금 백만원,십만원을 보수루 받는 성직자들은 현재만을 생각하지 말구 먼미래를 생각해야지요.그렇게 설득하면 기꺼이 참석할 거예요.』 『먼 미래를 너무 강조해두 위험에 봉착하게 될 거예요.아주 먼미래란 내세구 하늘나라니까요.그건 그렇구,또 하나의 문제점은 개신교 성직자들 내부에서두 성직자 소득세 과세를 지지하는 세력이 있다는 사실이에요.
***그 런 사람들은 성직자 소득세 납부 실행결정을 천주교측이 선수친 사실을 억울해 할 거예요.나아가 그들은 억울해 하는것으루 그치지 않구 늦게나마 개신교 성직자의 소득세 납부가 실현되두룩 운동을 벌이려 할 거예요.어느 사회에든지 이른바 진보세력이 있잖아요? 우리는 힘을 규합해 성직자 소득 비과세 관철운동을 벌이기에 앞서 진보세력과의 내부투쟁에 직면하게 될지두 몰라요.이 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김목사님,머리속이 자꾸 복잡해지면서 두통이 이는군요.』 『이목사님은 우선 이목사님의 약해지는 마음,회의하는 마음과 싸워 이기셔야겠어요.우리 내부에 잡음이 있다면 가려내야지요.옥석을 가려 옥은 규합하구 돌은 내버려야지요.』 『김목사님 말씀 잘 알겠어요.그러나 우선은 섣불리 행동하지 말구 추이를 지켜보는게 좋겠어요.』 『옳아요.며칠 뒤에 다시 연락하십시다.』 『김목사님,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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